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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May 16. 2023

사랑하며 사랑받는 순간을 보내고 있기를

아주 사적인 편지

다은의 글 



편지가 많이 늦어졌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 늘 머릿속에 편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부유하듯 떠다니기만 해서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나의 한 주가 이랬구나, 수많은 해야 할 일들 속에서 마음만 분주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중이야. 


이집트에는 잘 도착했니? 오 년 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구들과 재회는 잘했고? 기쁨과 동시에 수많은 감정들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어. 그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보낸 세월들이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필요하던 순간에 멀리 떨어져 있어 말을 삼키고 혼자 견뎌내야 했던 적이 많았을 텐데 그동안 애 많이 썼어.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어.


편지를 받은 다음 날인가 산책을 하는 중이었어. 걷다가 어느 순간 나무를 올려다봤는데 각각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거야. 문득 잎 하나하나가 외로운 사람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내가 여기 있다고, 나를 알아봐 달라는 외침처럼 느껴졌거든.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외로운 게 아닐까. 그리고 각자가 가진 외로움을 상대가 알아봐 주기를 기대하는데 그 마음이 닿지 않아 늘 실망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기대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늘 불균형이 일어나잖아. 나의 외로움이 커갈수록, 상대의 외로움을 보기가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상대의 외침을 알아차리지만, ‘내가 더 힘들어’라고 외면하기도 하지.


그런가 하면 어느 날에는 누군가 자신의 힘든 상황을 SNS에 알리는 글을 봤어. 그리고 그분이 살며 인연을 맺은, 혹은 어느 시절에 스쳤던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전하는 일을 본 적이 있어. 그 마음과 손길은 벅찬 감동으로 손을 내민 이에게 다시 닿고, 마음을 내어준 사람에게도 또 다른 감동으로 남더라. 사랑이 눈덩이처럼 굴러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어. 손을 내민 이도, 마음을 내어 준 이도 더 큰 감동과 사랑을 받고 돌아가는데, 사랑이 모이면 더 큰 사랑이 되는구나 싶더라. 


그러고 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웃고, 또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우는 것 같아. 누구의 말은 상처가 되고, 누구의 말은 치유가 된다. 과거의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말을, 또 누군가에게는 상처의 말을 건넸을 테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원더’라는 영화가 있어. 장애를 가진 주인공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면서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야. 그 이런 대사가 나와.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or being kind, choose kind.(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해라.)”나는 가끔 이 말을 떠올리며 더 친절하려고 노력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좀 더 친절하자고. 이십 대 때의 나는 '옮음’이 선택과 판단에 큰 기준이었어.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 그리고 ‘옳은 일을 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을 나누고 거리를 두려 애썼던 것 같아. 그래서 친절함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기도 해. 


오 년 만에 찾은 고향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라. 즐거운 순간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며 지내고 있기를. 


넌 진짜 잘하고 있어.



사진: Unsplash의 Andrea Tu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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