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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May 28. 2023

내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아주 사적인 편지

마르와의 글 


잘 지냈니?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


편지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 하도 많은 생각을 하다가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말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제일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야. 


이집트에 무사히 도착했어. 어릴 적 살던 부모님네 집에 머물고 있어. 오기 전부터 가진 기대와 두려움, 걱정이 섞인 마음을 가지고 왔지. 처음에는 시차 때문인지 머리가 계속 어지럽고 집중이 안 되고 마치 영혼이 내 시체를 떠나 버린 느낌이었어. 그런데 뜻밖에 지금까지도 이런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왜 그리 낯설고 마음이 안절부절 못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카이로란 도시가 매우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라 한 발도 넣지 못할 만큼 복잡한, 내겐 지옥 같은 존재다. 나의 출발점에 다시 찾아온다면 계속 혼돈 상태에 빠진 내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터질 것 같기만 해.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서 크게 외치고 싶을 정도야. 


택시를 타고 어딘가 가고 싶으면,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이 내 마음을 찔러. 내가 그들의 슬픈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지만 왠지 그들의 에너지가 저절로 전달되곤 해. 이상하지 않아? 뿐만 아니라 주변에 둘러 쌓인 일들의 세밀한 디테일이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나에게는 보기가 참 힘든 상황이야. 어둠 속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가 갑자기 빛이 가득한 곳으로 나간 사람과 같은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설명해도 주변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고, 과장이 섞인 표정을 짓기도 한다. 결국 내 속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어. 내가 어릴 때부터 시끄러운 데나 사람들이 많은 데를 너무 싫어했는데, 이제 30대 중반 되면서 더욱더 싫어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용한 데를 더 선호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무슨 느낌인지 전달이 됐나 모르겠지만, 무척 괴로운 느낌이야. 날카롭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느낌이다. 한국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 한 친구가 내게 ‘너는 나그네 같다’고 한 적 있어. 생각해 보니까, 그의 말이 옳았다. 내 위안처를 찾으려고 이 세계를 드나들고 있으나, 아직도 마음을 놓일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보다 이상한 게 뭔지 알아? 최근에 방송된 우주 사진을 보면 왠지 그리움이 느껴져. 마음속에서 ‘내가 거기서 온 사람이다, 혹은 내 집이 거기다’라는 말이 들리는 느낌이랄까? 모르겠어.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느낌이야. 내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산물이고 커다란 우주에 속한다는 느낌 말이다.


미안해. 내 편지를 읽으면서 부정적인 기운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 그런 의도를 가지고 편지를 쓴 건 아니었어. 그런데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 찬 불쌍한 우리의 마음을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잖아. 나는 그런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이란 사람이 태어난 순간부터 같이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세상에서 제일 복잡한 곳에 있어도 외로움이 사람을 찾는 법이다. 죽을 때도 같이 따라가기도 한다. 참 비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 느껴졌을 때 사람을 찾게 되는 법이지만, 막상 그들을 만난데도 외로움이 더 깊어진다. 끝없는 줄 모르는 관계이다.


또 하고 싶은 말을 잊어버렸어. 이번 편지가 무거웠다면 미안해. 인간이란 슬펐다 기쁘고, 기뻤다 슬퍼지는 존재이니까. 내가 이번에 위로가 되지 못 한 건 이해해 줘.


또 쓸게, 


인샤 알라.


사진: Unsplash의 Ben Ostr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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