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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ug 06. 2023

마음과 영혼을 연결하는 실이 있다고 생각해

아주 사적인 편지

마르와의 글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내가 이번 편지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를 거야. 이집트에 갔다 왔는데 돌아온 후에 마음속 깊이 무언가 허전해진 게 느껴졌어. 이유를 잘 모르겠어.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여행을 실망과 무거운 마음으로 마쳤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어.


나는 마음과 영혼을 연결하는 실이 있다고 생각해. 내가 힘들 때는 내 실이 끊어진 채 살아. 내가 내 눈으로 봐도 보이지 않고, 내 손으로 느껴도 실제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정신이 맑을 때 내 속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본다. 속 마음에 장미꽃 하나가 보여. 시들어가는 장미야. 물을 애원하는 장미야. 햇빛을 받도록 기도하는 장미야.


나는 내 장미를 꼭 돌봐주기로 결심했어.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누가 물을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내 장미에게 보살핌과 사랑을 주기로 했어.


얼마 전에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기 시작했어. 책을 읽다 보니 슬픔이 얼마나 잔인한 지 알겠더라. 오래가는 슬픔이야. 메마른 영혼에서 나온 슬픔이었어. 어느새 나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어.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이별하는 것처럼.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어. 그게 바로 인간의 힘이라고 생각해. 얼굴, 언어, 문화, 종교, 나라 등이 다르지만 우리 마음은 다 똑같아. 


나와 너도 마찬가지야.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우리 마음은 같아. 내가 한 마디를 하면 너는 나의 진심을, 속마음을 다 알아줘.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혼자 알지. 나는 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솔직히 말한 적이 잘 없어. 그런데 너와 얘기할 때면 나도 모르게 오래 드나든 영혼이, 길을 잃은 내 영혼이 위안을 찾아. 너와 함께 얘기할 때면 드디어 내 영혼과 마음의 실이 연결돼. 이제 고맙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지. 그래도 한 번 더 얘기하고 싶어. 


정말 고마워. 너라서 고마워.
너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고, 나의 축복이야.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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