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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ug 21. 2023

닫힌 문에 감사하고 싶은 이유

아주 사적인 편지

마르와의 글



앗 살라무 알라이쿰!


이번에는 아랍어 인사로 편지를 시작하고 싶어. 왠지 알아? 인사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어.  이 인사의 뜻은 바로 상대방에게 평화를 비는 거야.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생각에는 사람 사람마다 내면적인 평화가 이루어져야만 세계적인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 있잖아. 친절한 행위 하나라도, 하나하나 모여서 대단한 일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슬람에서는 상대방에게 미소를 짓는 것이나 모르는 사람이어도 먼저 인사하는 것이 친절한 행위라고 해. 이런 작은 행동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지만 훌륭한 행위라고 알려져 있어.


내가 왜 이런 말로 시작했냐면 늙어가는 것이 너무나 싫지만 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이십 대 때 이해 못 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야. 이십 대 때의 나는 소심하고, 쉽게 포기하고, 일이 마음대로 안 되면 무척이나 속상해했어. 한 마디로 말하면 철이 없었지.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면 그때의 나는 참 어렸으니까. 알다시피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다른 일 경험이 없이 한국에 와서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잖아. 그때 매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내가 하루 동안 했던 일들, 말 하나하나를 다시 뒤집어 생각하곤 했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했던 말을  밤새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를 거야. 



너는 너무 소심해.


어느 날은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너는 너무 소심해.”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집에 와서 사전을 펴고 '소심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찾았어. 그래, 난 소심한 사람이었어. 내성적이었지. 아니다, 난 진짜 그야말로 소심한 사람이었어.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르는 여자 3명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이 나에 대해서 얘기하는 줄 알고 신경이 쓰였어. 그만큼 예민하고 소심했다는 말이야.


대학교 때 한국 선생님들 중에 남자 선생님께서 우리한테 이런 말을 한 적 있어. “삼십 대란 고민이 제일 많은 나이다.” 이십 대 초반이었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 삼십 대가 된 나는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가. 그리고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어. 


그래, 마음이 찌르는 듯이 아프고, 참으면서 이가 깨지도록 인내의 쓴 맛을 배우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성숙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이게 바로 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일들이야. 


육아를 하면서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결정이 맞는 일이었는지, 아니면 이기적인 생각이었는지 자주 고민이 된다. 특히 내가 일을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과가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잖아. 이십 대의 나라면 포기했을 거야. 삼십 대가 되면서 배운 것은 우리는 열심히 시도해 보는 것뿐이지 결과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결과가 우리 마음 대로 되고 안되고 와는 상관없이 중요한 건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배웠냐는 거야. 우리가 한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어.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한쪽 문이 닫혀 있다고 모든 문이 닫힌 건 아니라는 거야. 내가 실망해서 눈을 감은 채 울고만 있다가 열려 있는 다른 1000개의 문을 못 본 것뿐이야. 이제 나이가 들고 엄마가 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어. 


아쉬움 없이 부끄러운 순간이 없는 날이 되도록 나는 이렇게 살기로 했어. 

그리고 애들도 그렇게 키우고 있어. 



"운명을 받아들여라. 
인생을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친절한 사람이 되어라. 
하지만 못 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때는 너의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
그에게 너의 참다운 힘을 보여줘라." 


친철함이 마음을 감싸주고 힘을 줘야 하는데, 이런 힘이 약함으로 바뀌는 날이 오면 마음을 잡고 그 단점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누가 나보다 잘 한 사람이 있다 하면 나도 인정해야지. 그래, 세상에는 진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 하지만 나는 잘하는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과 경쟁하는 것뿐이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꼭 너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야. 나도 너처럼 나 자신한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한쪽 문이 닫혀 있으면 반대쪽에 열려 있는 수많은 문들을 찾아봐. 꼭 있으니까. 우리가 못 보고 있을 뿐이니까. 


"언젠가는 희망이 있어.
너 자신을 믿어.
네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너의 가장 좋은 모습을 너 자신한테 보여줘. 

그래야만 만족스러울 거고, 살맛이 날 거야.



사진: Unsplash의 Jackson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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