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외숙모의 기일
지난달부터 속이 쓰리고 아팠다.
소화기관이 안 좋으면 나도 모르게 '위암'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지금은 완치하셨지만 과거의 위암을 앓으셨기 때문에 혹시 나에게도 찾아온 건가.
불안하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위와 명치를 꾹꾹 누르는 고통,
윗배가 아리고 쓰려서 음식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
아파오는 쓰라림이 참 싫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것은 내가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왜 몸이 갑자기 몇 주 간 이렇게 바뀔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혹시 우리 집에 또 누구 제사일이 있어요?"
"음... 글쎄... 아니?"
"지난번에 할아버지 제사 기일에 맞춰 못 가고 제대로 납골당에 가서 인사드리지 못하셨다면서요.
"그때 제가 막걸리를 한 통을 집에서 다 마셨잖아요."
"맞아. 그때는 다른 일 때문에 엄마가 올해 못 갔지."
"이상하다. 분명 누구 제사가 이때쯤인데..."
"아! 엄마! 외숙모! 빨리 전화해 봐요. 작은삼촌한테!"
"어어, 그래그래 알았어. 엄마가 전화해 볼게."
그 몇 분을 기다리는 시간이 미연에게는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엄마와 통화를 해보니 제사는 지냈지만 납골당을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작은 외삼촌을 욕하기 바빴다.
자식들 셋이 바빠서 함께 시간 맞춰 가지 못했다며.
나중에 혼자라도 각자 따로 가는 것으로 얘기를 해봐야겠다며 마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엄마, 그래도 납골당은 가야지. 돌아가시고 나서 첫 기일인데 작은 외숙모가 속상하셨겠어."
"맞아, 왜 그랬는지 몰라. 참 희한해. 그런데 넌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작년에 작은삼촌이랑 문자를 한 내용을 봤는데 딱 구정 설날 시기 때맞춰서 돌아가셨더라고."
"오늘 달력을 보니 내가 아프기 시작했던 시기랑 음력날짜가 겹치잖아요. 이상해서 전화드린 거예요."
"어머나... 지난번에 콜라도 그렇고 참 너에게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 작은 외숙모는 생전에 나를 참 많이 예뻐하셨다.
설거지를 같이 도와 거들려고 하면 놔두라고 가만히 쉬라며 일도 못하게 하셨다.
작은 외삼촌을 드디어 총각에서 구제해 준 작은 외숙모가 그렇게 감사하고 예쁘고 너무 좋았다.
항상 따뜻하게 바라보시던 눈빛과 웃음과 유머를 종종 내비치시면서 외할머니에게는 늘 감사함을 표현한 며느리셨다.
위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외할머니가 그렇게 통곡을 하고 오열을 하셨다.
나중에는 코피까지 계속 쏟으실 정도로 우셨으니.
우리 가족에게는 애틋하고 미안한 감정이 먼저 앞서는 외숙모셨다.
돌아가신 장례날 이후에도 나에게 이상신호가 왔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며 헛구역질을 계속했다.
설마 임신인 건가? 이 나이에? 애가 둘이 있는데?
혹시 몰라서 테스트기를 해보니 음성이었다.
임신은 아닌데 그럼 왜 그러지?
메슥거리고 헛구역질에 속이 개운치가 않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하루 반나절을 그렇게 보냈다.
저녁상이 결국 콜라 1.5L짜리 페트병을 꺼내서 한 잔, 두 잔을 따라 마시니 한 통을 다 비워냈다.
생전 처음으로 태어나서 트림을 30여 번을 했던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그런 나를 보던 남편도 매우 놀랬다.
탄산음료는 손도 안대는 아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터다.
그리고 그다음 날 작은 외삼촌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삼촌 저예요. 장례 이후에 애들과 삼촌은 어때요?"
"응? 나는 뭐 괜찮아졌고 이제 적응해야지. 막둥이가 걱정인데 애들도 다 씩씩하고 괜찮을 거야."
"저 뭐 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응? 뭔데?"
"혹시 작은 외숙모가 살아생전에 콜라나 탄산음료 많이 드셨어요? 속 울렁거린다고 화장실도 여러 번 가셨고요?"
"어... 맞아... 그랬었지. 매번 콜라를 먹고 그걸 달고 살았어. 소화 안된다고 속 안 좋다고..."
"제가 장례식장 다녀온 이후로 외숙모가 잠깐 오신 거 같아요. 갑자기 마시지도 않던 콜라를 페트병 통째로 다 마셨어요. 용트림을 30번을 했다니깐요."
"세상에 지금은 괜찮고? 그거 오래 가면 안 좋은데 큰일인데 몸이..."
"네, 그 이후 하루 만에 다음날에 멀쩡해졌어요."
"이야... 그거 신기하다. 그렇게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던데 그게 너한테 갔구나. 그래도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 큰 일 겪었네."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고 전화를 끊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까.
좋아하고 즐겨드시던 콜라를 대신 드시고 싶으셨던 걸까.
나는 이 집안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산 사람은 반응을 한다.
그리고 실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