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소리
사람이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는 언제일까.
육체적 통증일까, 정신적인 고통일까.
나는 지난 주말, 조금 괴이한 경험을 하였다.
일요일 아침부터 너무나도 아팠던 하루가 시작되면서,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 태어나서 처음 겪는 두통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대부분 아픔, 통증을 잘 견디며, 잘 참는 편이다.
몸으로 표현을 하는 예술인,
반 체육인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육체를 다그치며 훈련시키는 거에 이골이 날 정도로 익숙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연분만한 두 아이의 엄마로 성장하면서,
둘째는 무통주사 없이 정말로 아주 자연스럽게, 조선시대 산모처럼 분만했기 때문일까?
"그 이후에 큰 고통과 통증은 없는 거 같다"
라는 생각을 쭉 해왔다. 신념처럼 박혔다.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만렙이 된 듯했다.
그런데...
주말 일요일... 몸 상태가 영 이상했다.
기력 없이 축 처지고 허리부터 목 뒤까지 엄청난 강직도와 뻐근함이 느껴지는 통증이었다.
척추가 정말 아팠다. 이건 디스크 통증이 아니었다.
덤으로 얼굴을 둘러싼 근육들은 찌릿찌릿하고 연속적으로 찌르는 통증을 느꼈고,
오히려 양 손가락으로 머리 주변을 직접 두드리니,
덜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고통을 고통으로 견뎌낸 웃긴 상황이었다.
산통을 겪는 통증을 느낀 듯,
몸은 새우등처럼 말려 있었다.
온몸은 꼬부라지고... 그나마 웅크려야 덜 아팠다.
"왜 아프지? 갑자기?"
이렇게 생각해 보니 둘째한테 옮은 듯했다.
우리 집은 네 식구 구성원인데,
아이 한 명이라도 아프면 돌아가면서 옮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아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필 타이밍이 첫째의 비염으로 시작한 코감기로,
그 뒤에 둘째의 고열과 기침, 그다음으로 엄마인 나,
그다음으로 아빠인 남편이었다.
증상은 다 제각각이었다.
지난 주말, 토요일 오전 이비인후과에 방문했다.
이것도 간신히 남편이 오전 일찍 대기 예약을 해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 결과...
둘째는 약하게 지나가는 파라인플루엔자로 보였고,
첫째는 아주 심한 코감기라 항생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약을 먹으니 그날 하루는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그 뒤로 다음날 일요일, 내가 앓아누웠다.
주말 하루 온종일 남편은 아빠와 엄마 역할을 동시에 맡다 보니 매우 힘들어했다.
두 아이의 여러 가지 요청을 다 받아주고,
마음도 써줘야 하고, 밥도 챙겨주고, 놀아줘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그릇은 쌓여만 가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는 않았다. 본인 씻을 시간도 없이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아이들이 수시로 찾는 듯했다.
그다음 날 쉬는 날인데도 회사를 가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성별도 다른 아들과 딸이,
성향도 성격도 제각각이며,
먹는 속도도, 씻는 시간도, 옷을 입는 방법도 달랐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남편은 내뱉는 말이 투박해지고 속앓이를 했을지 모른다.
그저 아프다고 하루 종일 잠을 자고,
누워있는 아내가 이해가 안 갔을지도.
어쩌면 얄미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눈뜨고 일어나면 나를 보며
"여기... 주방... 좀 정리를 좀 해줘 봐..."
라고 말을 그제야 하니...
나도 너무나 미안했다.
아침에 남편 손을 잡으며
"내가 아파서... 너무 미안해."라고 말하니
남편이 손을 주물러줬다.
나는 하루 온종일 낮잠을 끊어서 네 번씩이나 잤고,
마지막 다섯 번 때는 밤잠이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잠드는 동안 몹시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환청까지 들렸다. 아주 또렷하게...
그것도 남자 목소리로...
"호잇!" 하며...
소름 돋고 무서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 소리에 눈이 스르륵 떠졌다.
눈을 뜨고 보니...
안방 문 앞에 시커먼 뭔가가 보였다.
나는 다시 눈을 깜박이며 의아하게 봤다.
검은 그림자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설마... 나... 이대로 죽는 건가...'
억울하고도 분했다.
내가 두통과 몸살로 이걸 이기질 못하고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하니.
다시 눈을 깜빡이며 쳐다봤을 때는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문 앞에 일렁이는 어두운 그림자가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나는 그것이 지나갔음에 안심하고 다시 잠들었다.
잠들고 일어날 때마다 나는 체온을 쟀다.
점점 높아지더니 미열을 조금 넘은, 37.4도를 찍었다.
나는 보통 38도 이상이 될 때 약을 먹는 편인데,
이 날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해열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더 오를 거 같다는 생각에 두 알을 서둘러 복용했다.
그렇게 하루를 온종일 잠과 두통과 몸살에 시달리며 겨우 보냈고, 드디어 다음 날 아침...
말할 수 없는 목의 통증과 기침이 더 심해지면서...
서둘러 이비인후과에 방문했다.
진료 결과,
아데노바이러스로 보인다며 소독을 받았고,
수액 처방, 스테로이드 약을 약 이틀 치 추가한 것과 항생제 및 기침가래약, 타이레놀 계통의 진통제 약 등을 함께 처방받았다.
그나마 살 거 같았다.
그렇게 아프고 난 뒤로 오늘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약을 먹고 나니... 집안일도 서서히 하고 아이 둘도 챙기고 운전도 할 수 있었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어두운 그림자를 봤던 그날과 비교해 보면 훨씬 좋아진 상태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남편이다.
출근한 뒤로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진료 결과는 장염과 위염이었다.
우리 집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걸 생각하니,
아찔하고 무서웠다.
옛날이었다면, 아마 팥과 된장죽을 쑤어서 뿌렸을지도 모른다.
혹시 모르니 문 앞에 소금까지 뿌렸을까.
아프고 나니 건강을 평소 때보다 더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프니 가족들이 힘들어 보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건강이 무너지면,
가족 구성원들의 삶과 행복이 잠시나마 떨어지니,
그걸 바라보는 것도 참 힘들었던 하루였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랄까.
마음 놓고 누워있기 미안하고, 속상하고 아프고,
그리고 힘들었다...
어두운 그림자는 저리 가버리고
밝고 따뜻한 햇살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란다.
가족들의 잠자리가 무섭지 않도록,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