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고도 고독한 질병
병마와 싸운 지도 9일째다.
나는 이 바이러스성 질병을 병마(病魔)라고 칭한 이유는 지독하고 끈질기 때문이다.
잠에 취해 깨어나질 못하는 날들이 갈수록 늘어났고, 심신이 피폐해지며 나약의 길로 인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한번 걸리면 공든 탑이 무너지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갉아먹었다.
올해 따뜻한 봄날에는 심한 결막염으로 시작이 되었고,
그렇게 약 일주일을 눈뜨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되니, 또 찾아왔다.
이 병마는 치료제가 딱히 없기 때문에 마치 고대시대의 주술 또는 하늘의 운명에 맡기듯 하루, 이틀, 삼일을 버텨야 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대증치료 요법으로 한다고 하기에 그때에 맞게 약을 먹어야 한다.
우선 1차로 극심한 두통, 얼굴 주변의 림프절 통증이 심했다. 그리고 서혜부 통증은 덤으로 왔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통증, 어깨와 척추, 꼬리뼈 통증과 함께 인후통이 심하게 온다. 목소리가 점점 쉬며 기침이 시작이 된다.
사지육신이 아프다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
하지만 육안상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드러나는 상처가 아니니깐.
덕분에 오랜만에 나를 위한 영양 수액을 맞았다.
해열진통과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수액,
이비인후과에서 7만 원으로, 병마를 돈으로 바꾼 것이다.
한번 맞고 나니, 그다음 날을 버티고...
그리고 몸이 가뿐해지니...
게다가 처방받은 약까지 먹으니 다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내가 방심했다.
병마는 나의 빈틈을 노려 다시 공격했다.
고통이 나아질 때쯤, 다시 큰 고통을 주었다.
3일 차에 저녁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지속된 설사로 탈수가 될 정도였으니...
4일 차 내과에 방문하고 다시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이 병마를 또다시 돈으로 맞바꿨다.
극심한 장염 증상은 꽤 오래가서, 또 설사하면 다음날 다시 내원하라는 진료를 받았다.
돈으로 나는 병마를 맞바꿨는데 나아짐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6일 동안 설사를 해보니, 자존감이 확 무너졌다.
미처 화장실을 바로 가지를 못해서, 욕실 타일과 속옷에 묻으니 그때부터 병마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씩씩거리며 닦고, 속옷을 버리며...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다.
살아가는 동안 내 건강은, 결국 누군가에게 담보로 맡겨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한 채로, 이 악마와도 같은 질병에 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겪고 보니...
나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을 하되,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나름 고등동물에 속하는 나라는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무너져 버렸다.
쉽지 않다.
고통을 더 견뎌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의 원천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는 걸까.
이 지독한 역마를 더 견디고 이겨내야 하다니...
언제쯤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