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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담 Jun 26. 2023

대기업 남편까지 퇴사 시키고, 고시원을 한다고?

우리가 고시원 사업을 선택한 네 가지 이유

아이와 병원에 있으면서 가장 뼈저리게 갈구하게 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원망도 슬픔도 아니었다. 바로 '자유'였다. 무엇에 대한 '자유'인가 하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하여 언제든 아이 옆에 있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였다. 그 선택의 자유는 결국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만 함을 의미했다. 그리고 또한 먹고 사는게 지장이 없어야 하므로 경제적 자유를 뜻하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 둘 중 누군가는 퇴사를 하고 돌연 고시원을 창업하기로 한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악착같이 회사를 더 열심히 다녀서 병원비도 마련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은 일시적인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더욱 장기적 관점에서 시간을 돈으로 맞바꾸지 않는 그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시간만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4주면 월 160시간을 근무하는 꼴이다.(일이 적으나 많으나 무조건 메여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고, 오히려 야근을 하는 경우가 더욱 허다하다.) 그리고 한 달에 5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고 해보자.



만약 유튜브에서 떠드는 것처럼 고시원에서 주 4시간만 일해도 된다고 가정하면? 고시원에서는 월 16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그리고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똑같은 500만 원을 버는데 내가 회사에서 써야 하는 시간과 고시원에서 써야 하는 시간은 160시간 VS 16시간, 즉 10배 차이라는 계산이 선다. 회사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스마트한 직장인이라는 때깔을 포기하고 다소 칙칙하고 초라해 보이는 고시원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성공한다면, 유튜브에서 떠드는 것처럼 월 144시간(160시간-16시간)을 확보 함과 동시에 동일한 수준의 현금흐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제발 이것이 사실이길 바랐다. 수백만 원 혹은 수천만 원의 강의/컨설팅이나 팔아먹으려고 사기꾼들이 짜 놓은 판에 발을 들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돼서 잠도 못 잤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남편과 나 둘 중 누가 퇴사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아마도 대부분 이런 경우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남편보다는 여자 쪽이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혹은 둘 중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퇴사를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참고로 남편과 나는 둘 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차도 연봉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더욱이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테니 엄마가 퇴사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일이 벌어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그런 고민을 한창 하고 있을 때 마침 남편의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일정 사업 부문을 정리하면서 희망퇴직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우리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당연히 엄마인 내가 퇴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희망퇴직이라니? 희망퇴직을 할 경우 적지 않은 액수의 퇴직금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은 평생 직장인으로 뼈로 묻고 싶은 아주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퇴사 결심을 했기에 그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왜 하필이면 아이가 아프고, 퇴사를 고민하고, 창업을 결심한 이 순간! 희망퇴직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을까? 이것은 분명 인생이 우리에게 보내는 무언의 신호가 아닐까 싶었다. 이 날의 선택이 훗날 악수일지 아닐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때부터 고시원이라는 업종이 정말 괜찮은 사업인지 열심히 알아봤다. 그리고 결론 끝에 고시원을 선택하였다. 여기서 잠깐, 고시원이라는 업종에 대해 궁금해 할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해 우리가 고시원 사업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유를 간단히 적어 보려 한다.



1.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남편과 나는 줄곧 직장 생활만 해왔기에 이렇다 할 특별한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 창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시원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을 거 같았다.(각종 진상들을 상대하고 시설 관리 업자 버금가는 잔기술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과거에는 주로 노후에 은퇴하신 어르신들께서 고시원을 운영했었다. 60대 어르신들도 은퇴하고 선택하는 일인데 앞날이 창창한 젊은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공간만 잘 운영하고 임대를 주면 따박 따박 월세 형태로 돈이 들어오니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2. 고시원은 의식주 중에 住와 관련된 필수 업종이다.

즉, 사람이 먹고사는 것과 밀접한 업종이기에 그만큼 수요가 많고 망하기 어려운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일자리가 모여 있는 서울은 늘 주택이 부족하고 비싸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에 장단기로 거주할 수 있는 고시원은 오히려 불황이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3. 타인의 지옥이라는 편견, 오히려 나에겐 기회였다.

고시원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왠지 모를 불쾌하고 음산한 이미지들은 고시원 사업의 진입 장벽을 높여주고 있다. 한창 타인의 지옥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할 때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그 드라마가 사람들의 이미지에 꽤 강렬하게 각인된 것 같다. 그러한 편견으로 인해 경쟁자가 걸러진다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한, 고시원을 신설하는 것은 수억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 수 없는 구조였다.

 


4. 초기 세팅을 잘하면 반오토로 운영이 가능하다.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하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유가 가장 크다! 우리는 더 이상 기존처럼 24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쏟으면서 일개미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같은 돈을 벌더러도 보다 효율적으로 벌고 싶었고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



이것이 연봉 1억 워킹맘이 남편을 퇴사 시키고 돌연 고시원을 창업한 이유이다.




남편의 회사 사람들은 퇴사를 결심한 남편에게 나이도 젊은데 벌써 퇴사하면 뭐 해 먹고 살거냐, 정말 괜찮겠냐,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하면서 걱정 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실제로 남편과 함께 입사한 친한 동기들은 단 한 명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고 모두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회사에 희망퇴직서를 발송하기 직전 남편은 나에게 다시 물었다.

"여보, 나 진짜 전송한다..? 마음 변함 없지………?"

"그래, 당연하지. 이건 신의 계시야!!!!"



그렇게 나와 첫째 아이가 병실에 있는 와중에, 멀쩡한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졸지에 희망퇴직자가 되었다.

아이가 퇴원을 하면, 본격적인 고시원 임장을 다니기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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