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취미로 돈 버는 공대생 1
인스타그램으로 협찬과 광고를 받기 시작했다.
군대 전역 직후, 인스타그래머 '지스'의 팔로워는 700~800 이었다. 나보다 먼저 도서 서평 콘텐츠를 하는 분들을 팔로우하고, 게시물을 통해 새로 읽을 도서를 추천받고, 댓글도 달며 소통을 시작하자 내 게시물에도 점차 사람들이 모였다. 고작 온라인상이지만 내가 먼저 다가간 분들이 다시 내 게시물에 찾아와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셨고, 인스타그램은 그 반응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의 알고리즘에 나를 노출해 주었다.
이때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관련 공부도 하지 않았고 그저 다른 서평가분들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나 서평의 구성을 조금씩 벤치마킹하며 내 서평에 간신히 녹여내고만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이 요구하는 '좋아요, 댓글, 공유, 저장'의 반응도를 충족시켜 흐름을 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물이 들어올 때 계속해서 인기 있는 도서들과 내가 당시에 흥미 있던 자기 계발, 경제, 심리학 등의 도서들을 읽고 서평을 쓰며 노를 저었더니 새로운 종류의 DM(인스타그램 내의 메신저 시스템)이 오기 시작했다.
도서를 갓 개인 출간한 작가님의 광고 요청 DM이었다. 그즈음부터 여러 서평단에 참가하고 있었던 덕분인지 출판사 측에서 도서 협찬을 제안받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곧바로 광고비를 받는 거래를 요청한 일은 처음이었다. 연락을 보았을 당시의 기분은 설렘과 들뜸 30%, 그리고 두려움 70%였다. 두려움이 더욱 컸던 이유는 '과연 내가 끄적여 놓은 서평이 돈을 받을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와 '작가님과 적당한 광고 단가를 어떻게 협의하고 그 돈의 가치에 걸맞은 효과를 내가 만들 수 있을까?' 두 가지였다.
하지만 아무리 두려움이 크다 한들, 이 기회는 내가 앞으로 도서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며 수익을 만들 수 있게 해줄 첫 시작이라 느껴졌기에 굴러들어 온 황금 같은 기회를 걷어찰 생각은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나는 이미 극심한 우울증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지워져 있던 판이었던지라 더더욱 무서울 게 없었다.
곧바로 평균적인 인스타그램의 광고 단가부터 찾아봤다. [팔로워 1명당 10원]. 수많은 광고 게시물과 모호한 정보들 사이에서 그나마 일관되고 유의미한 정보였다. 당연히 제작하는 콘텐츠의 유형, 제작되는 시간, 계정의 용도 등 광고비 단가 조율에 필요한 요소들은 많았지만, 광고에 있어선 생초짜인 내겐 경험도, 지식도 없어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팔로워 1명당 광고비 10원]이라는 정보 하나만으로 첫 광고 단가를 결정했다.
처음으로 받은 도서 광고에서 내가 제시한 광고비는 도서 제공을 전제로 2,000원이었다. 기존 700명을 넘는 팔로워를 생각하면 7,000원 이상이 돼야 했지만, 첫 광고인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이번 광고를 잘 진행해 광고주님께서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효과'라는 마음을 얻어야 같은 분에게, 혹은 다른 분에게도 또 다른 도서 광고를 제의받을 가능성이 생기니 더욱 조심스러웠다.
광고는 성공적이었다. 기존의 내 서평을 읽고 내게 의뢰를 주신 분이니만큼 여느 서평과 동일하게 솔직함과 책의 장점을 돋보여 주어 독자들이 쉽게 관심을 두고 접근할 수 있었던 서평이 되었고, 의뢰인 분께서는 너무나 만족하신다는 말씀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잔고에는 고작 2,000원이 더해졌을 뿐이었지만, 이 일은 내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특별한 일이었다. 내가 취미로 깨작깨작 글을 쌓아 올린 온라인 공간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팔로우를 해주고, 또 어떤 이들은 내 서평과 겨우 몇백 명의 팔로우만으로도 도서 협찬 제안을 해왔으며, 이제는 홍보 비용을 주고서라도 내게 도서 리뷰를 맡기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실감한 것이다.
[돈을 주고서라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멋진 타이틀인가? 아마 이 순간 덕분에 내가 수많은 건축공학도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졸업하고 적당하게 취직하는 삶이 아니라 책을 읽고, 유익했던 내용들을 요약하고, 책의 감상을 글로 표현하여 내가 읽은 책이 필요할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두고 독서로 이어지게 하는 도서 서평가이자, 도서 마케터이며, 도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도서 큐레이터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2년 가까이 되는 이때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그 첫 광고의 기회는, 그리고 그 기회를 낚아채고 숫자로 표현되는 것 이상의 느낌을 선명하게 받았던 순간들은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해봐야 인스타그램에서만 서평단과 대형 출판사들의 서포터즈, 가끔 DM으로 들어오는 도서 광고와 협찬 의뢰가 안정적으로 늘어날 정도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난 '참 꿈도 작았다'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
-다음 편 예고
본격적으로 도서 마케팅 프리랜서가 되다(feat.크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