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월 Oct 14. 2023

글쓰는 취미로 돈 버는 공대생 2

진짜 별거 없었던 시작

 내 프리랜서 활동의 이야기를 하려면 군 생활 이야기를 빼먹을 수가 없다. 프리랜서 활동을 하게 해 준 '지스'의 정체성은 군 복무 시절에, 핸드폰 메모장에 손가락으로 10초 만에 그린 얼굴 그림과 대충 끄적인 소갯말로 시작된 지스. 목적은 단순했다. 월급은 고작 50만 원 언저리에 앞으로의 내 삶에 도움 하나 남지 않을 군 생활을, 그것도 20대 초반의 귀한(다들 귀하다고 하더라) 시간 중 18개월씩이나 냄새나는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울타리 안에서 썩어가는 게 아까워 뭐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운동과 함께 독서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난 [스스로 느끼기에] 이해력은 말랑말랑하게 좋은 편이지만 기억력은 더럽게 나쁜 편이라 책을 읽고 무언가 남기지 않는다면 읽어봐야 1% 정도만 간신히 남고 모조리 흘러가버릴걸 알고 있었기에 책을 읽고 메모하는 게 필수적이라 느껴졌다. 덩달아 책을 읽을 때의 감상을 서평으로 남긴다면 이후 책의 내용을 떠올리려 내가 쓴 글을 찾을 때 더욱 기억이 잘 날 수 있을 것 같으니 환영이었고. 이왕 기록까지 하는 거 도대체 누가 볼까 싶었지만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보기로 한다.

초기의 '지스'

 근데 이게, 생각보다 팔로워가 잘 늘었다. 글은 투박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중요한 사진조차 군대에선 카메라 사용이 금지였기에 당시 사용하던 독서 애플리케이션의 화면을 캡처해서 올렸을 뿐인데 거기에 매력을 느껴주신 건지 팔로워를 막 모아나 가는 단계라는 사실에 친밀감을 느껴주신 건지. 팔로워가 어느덧 두 자릿수를 넘어 세 자릿수가 되었을 땐 계정의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데에도 슬슬 재미가 붙었다. 책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해시태그를 검색하고 어떤 사진의 게시글을 눌러 글을 읽게 되는지 반대의 입장에서 고심해보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더 읽기 좋은 글이 되도록 글을 다듬어 나가고, 'Canva'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도움이 될 이미지를 편집하기까지 시작했다. 물론 군대에서의 시간은 제한적이었지만, 운전병이라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겠다는 명목으로 핸드폰을 소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잠깐씩 시간이 생길 때마다 이미지를 편집했고, 항상 전투복 바지의 왼쪽 건빵 주머니에는 읽을 책과 수첩, 볼펜을 챙겨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지냈다.


 인스타그램 속에서 3개월쯤 지나니 팔로워는 500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허접한 프로필 사진과 어디에서도 감성 따윈 찾아볼 수 없는 프로필임에도 새로 서평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책과 서평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며 도서 인스타그래머로써 조금씩 자리 잡아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키워진 계정 덕분에 여러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평단에 응모도 하고, 김영사, 한빛비즈, 아르테 등 대형 출판사들의 서포터즈 활동도 하며 군대 내 도서관뿐 만 아니라 새로 나오는 신간도서들도 열심히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나는 이렇게 새로 생긴 '도서 인스타그램'이라는 자기 계발이자 취미생활을 무척이나 만족스럽게 즐겨나가고 있었다.

 이때까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