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을 여러 개 참여하기 시작하니 읽을 책이 넘쳐났다. 당시 조그마한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었기에 읽고픈 책이 많았는데, 김영사. 한빛비즈. 아르테 등의 출판사들에서 흥미로운 신간도서도 군부대에서 택배로 받으니 정말 산더미였다. 덕분에 각 서평단의 일정도 맞춰야 하다 보니 캘린더에 일정을 기록하고 책을 어떤 순서대로 읽어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일은 필수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당시의 캘린더를 보면 군대 근무 일정보다도 책 서평의 일정이 훨씬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2022년 2월의 캘린더
그렇게 독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길 반년째. 이틀에 한 권씩 서평을 올리고 팔로워는 네 자릿수를 넘어가며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즈음에도 출판사에서 신간 도서의 서평 요청이 인스타그램 내 메신저인 DM으로 종종 왔는데 어느 날 조금 특이한 DM이 왔다. 어느 작가님께서 간단한 인사 후 도서 광고의 단가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오신 것이다.
'나는 광고를 해 본 적이 없는데?'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반가웠다. 그 작가님께서는 나를 자신의 소중한 도서의 서평과 홍보를 돈을 주고도 맡길만한 사람이라고 여겨주신 게 아닌가? 다만 처음으로 유료 광고를 진행하다 보니 더욱 흠잡을 데 없이 진행하고 싶었다. 작가님께 잠시 시간이 걸린다고 양해를 구한 후 열심히 '인스타그램 광고 단가'에 대해 검색을 했다. 대부분은 [계정의 성격과 콘텐츠 제작 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라는 사실적이지만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소리를 해댔다.
'아니, 나는 인스타그램 첫 광고 단가를 얼마로 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니까?' 한참을 뒤지고 뒤지다 1~2년 전 작성된 블로그 글에서 '게시물 1개 기준으로 인스타 팔로워 1명당 10원'으로 책정된다는 글을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당시 난 수많은 데이터들을 가지고 평균치를 계산해 낸 값을 바라던 게 아니라 단순히 '내가 얼마의 광고비를 받아야 평범한 수준일까?'라는 의문을 충족시키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 나도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서 보통 광고 단가가 얼마예요?'라고 물어본다면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광고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라고 그 답답하던 사람들과 같은 답변을 할지도. 그래도 정 모르겠으면 팔로워 1명당 10원을 기준으로 삼으라 할 것이다)
첫 유료광고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다. 도서 서평의 특성상 책도 의뢰인 분들께 제공을 받게 되는데, 책 값에다가 광고비를 추가로 받는 셈이니 무료 도서 협찬도 감지덕지였던 내게 더욱 책임감이 무거웠다. 당시 팔로워 수를 생각하면 단가를 만원은 받을 만했으나 나는 처음 광고를 진행하기에 미숙할 수도 있으니 5,000원으로 전달해 드렸고 작가님께서도 흔쾌히 진행하셨다. 인생 첫 광고 진행은 아무 문제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나는 이미 백 권에 넘어가는 도서의 서평을 쓰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미약하게나마 감을 잡았고, 내 서평을 읽어주시는 팔로워분들께 어떤 분께서 이 책을 읽으실 때 더욱 도움이 될지, 책은 어떤 매력과 유용함이 있는지 솔직 담백하고 내 스타일대로 소개해드리면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일로 내 서평을 돈을 주고도 진행하고 싶을 만큼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일들을 벌릴 용기를 얻었다. 정말 무지막지한 일들을.
- 인플루언서로써 브랜디드 광고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정리
처음으로 유료 광고를 진행할 때엔 고려할 부분이 많다. 아무리 광고비를 준다고 하더라도 내 계정에 그동안 올리던 글과 성격이 전혀 다른 광고물이 올라온다면 어지간한 굳은 팬층과 내 콘텐츠로 녹여낼 기술이 없다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실제로 광고를 어느 정도 진행하던 중 마사지나 미용 기기 광고 등도 요청이 들어왔었지만 팔로워 분들이 그런 것들을 바라고 내 계정을 팔로우해 주고 계시다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광고를 통해 생활비를 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팔로워 분들과의 신뢰다. 내가 팔로워분들에게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가? 팔로워 분들이 바라는 것과 내가 광고로 보여드리는 것이 일치하는가? 광고를 진행함으로써 팔로워분들의 신뢰를 해치지 않을 수 있는가? 등.
그리고 처음 미숙한 상태에서 광고를 진행한다면 첫 기준인 팔로워 1명당 10원보다 조금 더 낮게 책정하고 어느 정도 광고를 진행하는 데 능숙해지고 자신만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된다면, 그리고 광고 의뢰가 너무 많아져 일정이 버거워질 것 같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광고 단가를 올리는 식으로 하면 된다.
1인 크리에이터로써 하루에, 한 달에 진행하는 콘텐츠의 개수에 한계가 있으니 광고 의뢰 수주가 꾸준해진다면 광고 숫자가 버거울 정도로 늘어나면 가격을 올리고, 너무 줄어들면 할인을 진행하거나 가격을 내려 조정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