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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Jul 07. 2024

'믿음'이 죽은 시대

냉소주의자의 독백

어느 시대나 사람들에겐 믿고 기댈 수 있는 것들이 존재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숭배가 그러했고.

절대적인 권력자, 지배자가 그러했으며.

아무리 고달프고 굶주려도 언젠가 찾아올 희망이, 사람들을 구원해 줄 절대적 신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했다.


 그런 기댈 곳들은 너무나 겁도 많고, 의심도 많은 사람들에게 한숨 돌릴 수 있는 그늘이 되어 주었고 천천히 말라죽어가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한 세상에서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사람들에게 이 '절대적'인 가치들은 삶에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의심과 방황의 어둠을 지워내는 횃불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 기대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죽었다.


 신의 분노와 같은 재해들은 기상 이변과 자연의 순리로 밝혀졌고 정치인들의 유토피아를 구현하려는 듯한 행동들은 셀 수 없이 많은 감시의 눈에 의해 '모두의 유토피아'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것임이 낱낱이 드러나 버린다. 결국 개인으로써 이들 중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기 위해선, 그곳에 난 흠집과 균열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이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서는 제대로 기대고 의지할 수 없다. 쩍 쩍 갈라지고 계속 균열이 벌어지는 건물 속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듯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겐 삶의 목표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당장 오늘을 생존하고, 내일을 버텨내기 위해 대비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목표라고 물어봐야 막연하게 '잘 살고 싶다.' 거나 '행복하고 싶다.'라는 욕망만이 존재할 뿐, 이런 것에는 합격점이 없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저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을 탐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지만 그 채찍질에서 이어지는 전력 질주에는 결승점이란 게 없어서 그저 끝도 없이 달리다 숨도 못 쉴 정도로 탈진해 쓰러지는 때가 종착지가 된다.


 무언가 기댈 게 생기는 듯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진다. 조금 기대어 보려 하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금세 이런 생각이 자리 잡는다. '나 이외의 무언가에 기대려는 마음 자체를 버려야 내가 다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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