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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간호사실 맞죠? ‘타 부서와 소통하는 능력’

환자와 관련된 모든 부서와 소통하라. 간호사는 환자의 네트워크 허브!

by 윤모닝










병동 간호사는 환자와 관련된 다양한 타 부서와의 소통을 하는 네트워크 허브이다. 간호사만큼이나 타 부서도 만만치 않게 힘들고 바쁘기에 비록 수화기 넘어서의 보이지 않는 소통이 대부분이겠지만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서로 조금씩 배려해 가면서 근무하면 바쁜 와중에도 서로 돕는 느낌이 들어 든든할 것이다.





간호사와 의사



의사는 환자로부터 한걸음 뒤에서 환자의 전반적인 치료와 경과를 관찰하며 처방을 내지만,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간호사이다. 간호사가 가장 소통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의료진 중에 하나가 의사인데, 이 둘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가장 많이 부딪히기도 한다. 왜냐하면 환자에게 의사가 처방을 내면 간호사가 이를 보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줘도 되는 약물인지, 용량은 적절한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은 없는지 등 걸러낸 뒤 환자에게 처치하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대부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에 대해 의사에게 recommendation 하기도 하고, 저지하기도 한다.



모든 간호업무가 이루어지는 간호사 스테이션




민간요법으로 새싹가루를 먹고 칼륨수치가 7점대가 되어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칼륨은 3.5-5.0 mmol/L 정도가 정상범위인데 무려 7점대로 고칼륨 혈증 상태였다. 이는 심정지 및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나는 긴급한 상황이므로 환자에게 심전도 모니터를 부착하였고 담당의에게 환자 상태를 알렸다. 담당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을 내렸는데, 처방을 보니 혈중 칼륨 수치를 낮추는 경구약만 처방을 내고 끝이었던 것이다. 고칼륨혈증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 중에 1가지만 처방을 낸 상황이었고 나는 7점대의 칼륨수치가 약 하나만으로 감소되지 않을 것을 감안하여 의사에게 인슐린이 섞인 포도당 수액을 투여한다던지, 대장에서 칼륨을 배출시키는 칼륨배출 관장을 시행한다던지, 칼륨이 섞이지 않은 수액을 다량 투여한다던지 다른 방법들을 recommendation 했다. 의사는 내가 말한 방법들을 결국 4시간 뒤에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감소되지 않음을 확인한 뒤 쓰긴 했지만, 간호사는 이렇게 때론 의사에게 더 좋은 처치나 약물들을 recommendation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의사의 옳지 못한 판단에 대해 강력하게 간호사의 주장을 어필하기도 한다. 심방세동으로 흉통과 호흡곤란을 주호소로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낮동안 잘 지내다가 밤이 되자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간호사를 찾았다. 나는 환자의 산소포화도 및 Vital sign과 심전도를 확인한 뒤, 환자에게 공급해주고 있던 산소의 농도를 조금 더 올렸고, 당직의에게 환자 상태를 알렸다. 당직의는 호흡곤란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동맥혈 검사를 시행했고 산소를 더 높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동맥혈 검사결과를 확인했고 산소가 과하게 많이 흡입되어 신체 내 산염기 불균형이 온 상태 (과환기상태 Hyperventilation) 임을 당직의에게 알렸다.



그런데 당직의는 환자의 호흡곤란이 더 나아지지 않으니 High flow nasal cannula(고유량산소공급기)로 교체하여 환자에게 더 높은 산소를 공급하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산염기 간극이 더 벌어져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음을 설명하였으나 당직의는 나의 말을 듣지 않았고 자신이 주장했던 산소공급기로 교체하라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책에서 배우고 응급실에서 경험해 본 바, 이는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하였고 다른 간호사들의 의견도 물어서 확인한 뒤, 오히려 환자에게 공급하고 있던 산소의 농도를 줄이고 환자에게 봉지호흡을 대신해 입을 다물고 호흡을 천천히 유지할 것을 설명하며 환자를 진정시켰다. 이후 다행히 환자의 호흡곤란은 차도가 보여서 당직의에게 경과를 알렸고, 환자는 다행히 안정적으로 밤을 지낼 수 있었다.












간호사와 진단검사실



간호사의 업무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채혈이다. 혈액 속에 있는 혈구나 성분, 균들을 검사하는 곳이 진단검사실인데, 이는 간호사를 곤란하게 하는 타 부서 중에 하나이다. 채혈할 만한 혈관이 정말 없는 사람에게서 어렵게 뽑은 혈액이 양이 부족하거나 용혈이 되어 다시 뽑아야 한다는 연락을 주는 곳이 바로 진단검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진단검사실에서는 환자의 이전 혈액검사와 비교하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했을 경우, 중요한 수치들이 비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경우 병동으로 연락을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진단검사실에서는 복수, 뇌척수액, 소변, 대변, 가래, 수술부위 삼출물, 상처부위 세포, 삽입관에 있는 세포 등 환자의 몸속에서 나온 다양한 세포와 체액들에 대한 성분 및 균 검사도 시행하는데, 간호사는 진단검사실에서 띄워준 결과를 확인하거나 연락을 받고 환자의 상태나 투여되고 있는 약물들을 고려하여 검사결과를 확인한 뒤 경과관찰을 하거나 담당의에게 알리게 된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체액들과 혈액검사 검체통










간호사와 영상의학과 및 각종 검사실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혈액검사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검사가 X-ray, CT, MRI와 같은 영상검사이다. 그 외에 환자의 입원 동기에 따라 간호사는 초음파실, 심장초음파실, 내시경실, 심혈관센터, 부정맥검사실, 폐기능검사실, 심전도실, 인터벤션 클리닉 등 다양한 검사실과 연락을 취하게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검사를 바로 시행하기도 하고 미루기도 하고 하면서 환자가 검사가 가능한 상태인지 간호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각종 검사들에 대한 준비사항들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준비시키기 위해 검사실과 연락을 하기도 한다.



각종 검사실에 환자를 이송할 때 쓰는 스트레쳐카.








간호사와 보험심사실 및 원무부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하는 과정까지의 과정은 진료비를 심사하는 보험심사실과 진료비를 정산하는 원무부의 손을 거치게 된다. 원무부는 환자가 입원하게 되는 담당과에 맞게 해당 병동이나 중환자실이 배정이 되면 환자의 입원수속을 진행하게 되는데 간호사는 원무부에서 지정해 준 병실이 올바른 지 한 번 더 확인하며 문제가 있을 시 원무부와 소통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입원예정자가 입원을 하게 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무부와 상의하게 된다.

보험심사실은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에 대해 보험수가 맞게 진료비를 심사하는 곳인데, 간호사가 입원 중에 필요한 소모품이나 검사들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면 이 비용이 올바른지 한 번 더 심사하고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곳이다. 주로 퇴원절차를 거칠 때 간호사와 가장 많이 소통을 하는 곳이다.









간호사와 외래 및 타 병동



병동 간호사는 외래에 전화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그중에서도 입원장을 외래에서 내게 되면 입원예정자가 입원이 가능한지 병동 간호사와 연락하여 확인하는 일이 가장 많은데, 만약 입원 예정자가 입원하기로 한 병실에 자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바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외래에 연락하여 입원예정인 환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주치의와 환자 및 보호자와의 면담도 외래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환자가 퇴원하고 난 이후의 외래 예약을 외래에서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병동에 없는 물품이 외래에 있어 (특히 각종 드레싱 용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외래에 물품을 빌리기 위해 전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병동에 있지만 다양한 과의 외래와 소통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신없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차차 적응하게 된다.





또한 간호사는 다른 병동에 전화할 일도 많은데, 각 병동마다 해당과가 있어 자신이 속한 병동과 다른 과의 환자가 입원하면 그에 대한 정보를 타 병동에 물어보며 얻는 경우이다. 우리는 심장내과 병동이기 때문에 비뇨의학과 처치에 관한 거나, 정형외과에 대한 지식, 일반외과 수술에 대한 준비사항 등에 대해서는 황무지 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 부득이하게 타과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해당과를 맡고 있는 병동에 전화하여 꼼꼼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우리 병동에 있던 환자가 타 병동으로 전동을 가거나 타 병동에 있는 환자가 우리 병동으로 전동을 오는 경우에도 환자에 대한 정보를 전산으로 남겨놓지만 전산에 기록되지 않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나 약물들이 잘 챙겨 왔는지 등 궁금한 점들에 대해서는 직접 전화로 소통한다.





이렇게 병동간호사는 간호사이지만 정말 다양한 부서들과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얻기도 하면서 근무하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서도 자신의 입장뿐만 아니라 수화기 너머의 상대의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하며 일해간다면 서로가 기분 좋게 환자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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