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경쟁에 뛰어들다
계속 가능하신가요?
보들이 임시보호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갈 무렵, 구조자님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집에 오기 전에 이미 한 번의 임보처 이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가능하면 입양될 때까지는 데리고 있겠다 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입양 문의가 있었나요?
입양 문의는 0건이었다. 아직 심장사상충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입양 홍보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0건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물론 보들이의 조건이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건강하지 않았다. 심장사상충은 곧 완치 판정을 받을 테지만 기관지 협착이 있었고, 또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활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오른쪽 눈이 실명되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게다가 스테로이드성 약물 부작용으로 털이 많이 빠져 있어 현재 보기 좋은 상태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품종견도 아니고, 어린 강아지도 아니다. 조금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도 인기 있는 품종견이나 어린 강아지였다면 입양처를 찾기가 보다 수월했을지 모른다. 7kg 정도밖에 안 되지만 키가 커서 중형견처럼 보이는 믹스견에 경계성 입질 이력까지 있는 보들이에게까지 올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극적인 사연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나았을까. 번식장에서 구조되거나 전 주인의 학대로부터 구출된 개들은 SNS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고 폭발적인인 관심을 받는다. 평범하게 보호소에 잡혀온 개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보들이를 입양하려는 가족이 나타나기나 할까.
SNS에 올라온 수많은 입양 홍보 게시물을 보며 우리는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냥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들이의 강점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입양도 또 하나의 경쟁이니까.
바꿀 수 없는 부분과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구분해야 했다. 품종과 나이, 체격은 바뀌지 않지만, 건강상태와 모질은 개선 가능하다. 이제 겨울이 끝나가니 집안보다는 풀이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찍어보자. 점잖은 산책 매너를 강조하는 것도 좋겠다. 입양 홍보 프로필도 신경 써서 제대로 만들어 보자.
때마침 스테로이드를 끊게 되었다. 우리는 약용샴푸를 사서 매주 보들이를 목욕시켰다. 녀석에게 이제 목욕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발톱을 깎을 때도 얌전히 기다릴 줄 알았다. 남은 것은 숨은 매력을 꺼내는 것뿐이었다.
까끌까끌.
2주 차 약용 목욕을 마친 보들이 몸에서 새 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3주 차가 되자 핑크빛이었던 몸이 짧지만 새하얀 털로 채워지고 있었다. 한 달 만에 보들이는 풍성한 털로 뒤덮였다. 애견용 미용가위로 지저분한 부분을 살짝 정리해주니 제법 멋져 보였다.
이제 매력을 잘 드러낼 사진만 있으면 된다.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계획을 꺼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