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장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중국발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례 없는 도시화 추진은 1970년대 후반부터 거대한 주택 수요를 일으켰습니다. 주택 수요는 투기적 세력과 결합되어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렸습니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198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주택 가격을 미국의 주택 가격과 시계열로 비교 분석해 보면 중국 부동산이 얼마나 빠르게 상승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2년~2016년 사이, 중국 주요 도시인 선전, 베이징, 상하이의 주택 가격은 100개의 주요 도시 평균 주택 상승률 대비 매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8% 수준으로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 대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지나치게 올랐습니다. 글로벌 도시별 소득대비주택가격(Price Income Ratio)을 살펴보면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뉴욕의 경우, 평균 수입을 가지고 있는 가구가 9년 동안의 수입을 저축하면 중위 주택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런던은 13년, 도쿄는 14년, 파리는 20년으로 일반적인 가정이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서울의 PIR은 19년으로 도쿄보다는 높고 파리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PIR이 15가 넘어가면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중국의 주요 도시는 넘사벽 수준입니다. 광저우는 31년, 상하이는 33년, 베이징은 42년, 선전은 43년으로 평생 일해서 모은 돈을 모두 저축한다고 해도 중위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발생한 부작용은 민간 부분의 과도한 부채입니다. 2008년 중국의 민간 부분의 부채는 GDP 대비 150% 수준이었으나, 2020년 GDP 대비 250% 이상까지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민간 부문에서 상당한 부채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과도한 부채와 투기적인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했습니다.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부채 비율을 관리하고자 디레버리징(부채 경감)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디레버리징 정책의 핵심은 3대 ‘레드라인’으로 너무 큰 빚을 내어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회사를 압박하였습니다.
[3대 레드라인]
1. 자산·부채 비율이 70% 미만
2. 순부채율이 100% 미만
3. 현금성 자산이 단기 부채 이상
디레버리징 정책의 첫 번째 피해자는 헝다그룹(EVERGRANDE)였습니다. 헝다그룹은 3대 레드라인 조건에 모두 걸렸고, 이 때문에 금융기관은 더 이상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았고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2021년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비교적 잠잠했지만 지난날부터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발생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4억 달러(약 5,350억 원) 규모의 채권을 계열사 지분을 팔아 상환했습니다. 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중국 부동산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 커졌습니다.
2023년 8월, 중국 부동산 업체 중 매출 기준 3위 초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10억 달러 규모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2023년 1월만 해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되었습니다. 2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할인율은 10% 수준이었고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할인율은 20%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회사채에 대한 할인율은 90%로 대폭 떨어졌습니다. (할인률이 90%라는 것은 2년 만기 후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1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높은 할인률만큼 2년뒤 100만원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죠?)
중국 중앙은행은 경제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 금리를 계속해서 낮췄습니다. 2022년 2분기 이후 미국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려 현재 5.5% 수준인데 반해 중국은 금리를 낮춰 현재 3.5% 수준입니다.
다른 국가 대비 낮은 기준 금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와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로 코비드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습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사업 업체들이 재정적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주택 가격이 반등해야 하는데 2020년부터 주택 가격의 추이와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대국으로 이끈 경제적 모델이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험신호가 온 천지에 널렸다"라며 “중국 지역정부는 사용률이 낮은 교량과 공항과 같은 자산을 떠안았으며, 수백만 채의 아파트가 미분양됐다. 투자 수익률은 급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동산 부문은 중국 GDP의 25퍼센트 이상을 차자하며, 부동산 자산은 중국인 총자산의 70%를 차지합니다. 부동산 부문에서 위기가 터지고 버블이 붕괴될 경우,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중국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