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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Sep 19. 2023

중국의 대학 졸업생이 '풀타임 어린이'가 되는 이유?

풀타임 어린이는 부모에게 가장 무서운 말!


올해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1,16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높아진 소득 수준으로 대학 졸업자가 20년 전 대비 12배 증가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이어진 오랜 학습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게 되는 기념적인 날이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꽃을 들고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이 아니라 좀비 또는 바닥에 납작 누워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옵니다.


중국의 졸업생들은 왜 이런 사진을 찍어 올릴까요?

2023년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인 21.3%에 도달했습니다. 중국의 실업률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습니다. 고용 유연성(쉽게 짤리고, 쉽게 채용되는)이 높은 미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올랐지만 곧 규제 정책을 완화하면서 고용률이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 이상 유지하면서 국경을 닫았습니다. 


제로 코비드 정책의 여파로 경제가 둔화되고 실업률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6 개월 연속으로 상승해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하길 원하는 청년 4명 중 1명이 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7월부터 청년 실업률 통계를 더 이상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안 좋은 상황인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중국 청년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어는 "넙죽 엎드려있기"입니다. 부모 세대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고생하며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을 거부합니다. 거친 현실을 이겨내기보다는 방구석에서 쉬면서 유유자적하길 원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졸업생은 구직을 포기하고 '풀타임 어린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풀타임 어린이'란 집에서 설거지, 부모님 시중 등을 하며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을 의미합니다. 


풀타임 어린이는 SNS에 "엄마, 누가 나보다 우리 집 일을 잘 하겠어?"라는 포스트를 올립니다. 중국 청년의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10대 자녀가 있는 부모로서 저는 섬뜩함을 느낍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정부는 국영 기업에게 대학 졸업생 고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국영 기업과 공공의 일자리는 제한적입니다.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공장과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있지만 대학 졸업생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Zhaopin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의 졸업생 4명 중 1명은 기술 분야에서 일하길 원하지만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IT기업은 정부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로 대대적인 감원을 진행했습니다. 경기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한 중국 대학 졸업생이 IT기업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안정된 일자리가 없으면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가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의 인구 통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저는 올해 다양한 학교의 재학생과 진로 및 취업 특강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학생과 대화하면서 중국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생도 좁은 취업의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00번 떨어져도 1번만 성공하면 됩니다. '풀타임 어린이', '바닥에 납작 누워있기'는 근본적인 문제를 절대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도전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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