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타일 Mar 10. 2024

마른 여자가 되려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운동복을 던져버렸다.     

내 사이즈가 아닌, 그가 원하는 사이즈의 운동복을 보니 화가 났다.     

그때, 나는 75kg이었다.

      

130kg에서 혼자 60kg 이상을 뺀 나는 스스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뚱뚱한 30대 여자였고, 

누군가에게 살이 쪄서 부끄러운 여자친구였다.     


그때, 나는 그와 당장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와 헤어지면 다시 혼자가 될 거 같았다.     

나는 그와의 이별 대신 살 빼기에 집중했다.     

그가 좋아하는 "마른 여자"가 되기로 했다.

               

나는 종일 유산소 운동을 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버피 테스트 같은 고강도 운동을 했다.

대신 근력 운동은 하지 않았다.

단단해진 다리를 만지며 뿌듯해하던 순간은 이제 내게 아무 의미 없었다.

그저 나는 마르고 싶었다.     



나의 다이어트 집착에도 남자친구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헬스장에서 함께 친하던 언니에게 운동복 사건을 말했다.     

"아니, 굳이 100 사이즈를 달라는 거야. 여자 100 사이즈는 흔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웃지 않고, 혼자 재밌어하는 그의 이야기에 언니는 조용히 나를 불렀다.

               

"경기도에 진짜 유명한 다이어트약 있는데…. 

의사가 얼마나 유명한 지 매일 줄을 서.

수타일아, 너 이제 뺄 만큼 빼서 슬럼프가 온 거야. 운동이랑 식이만으로는 힘들어."     


언니 이야기에 나는 솔깃했다. 

사실 살이 예전처럼 쉽게 빠지지 않았다.     

"다이어트약이 뭐야? 무슨 약인데?? 그런데 경기도면 여기서 멀다….

매번 약을 타러 거기까지 어떻게 가?"          

"아냐. 한 번만 가면 돼. 다음부터는 전화하면 택배로 보내줘."     

응? 약을 택배로 보내준다고??.     

이해가 잘 안 가지만, 그렇게 살이 잘 빠진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 뒤, 나는 언니를 따라 다이어트약을 사러 경기도 유명한 병원에 갔다.     

아직 병원 문이 열기 전인데도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언니는 모두 다이어트약을 사러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나는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마른 체형의 여자들이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55 사이즈의 여자들뿐이었다. 

    

저렇게 말랐는데…. 그녀들이 왜 다이어트약을 먹을까? 





이전 09화 내 남자친구의 이상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