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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Mar 03. 2024

내 남자친구의 이상형.

결국 그를 위해 만든 나의 케이크는  

그의 회냉장고에 겨졌다.


퇴근 후,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의 생일이니 그가 원하는 대로 했다.     

내가 예약해 둔 레스토랑 대신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고,     

그와 가고 싶던 예쁜 카페 대신 그가 즐겨 입는 운동복을 사러 갔다.          

내 계획과 다른 그의 생일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헬스장을 벗어난 그와의 데이트 난 설레었다.

매일 운동하며 보여주던 땀범벅에 쌩얼 대신 오늘은 그가 감탄할 만한 모습으로 꾸미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도 하고,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굽이 높은 구두도 신었다.  

             

남자친구와 백화점을 며 여러 브랜드 운동복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그에게 커플 운동복을 사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그동안 SNS 속, 다른 커플의 커플 아이템이 부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내서 커플 운동복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좋아하는 운동복이라면 그도 허락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서.     

예상대로 남자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신이 나서 열심히 운동복을 골랐다.       



내가 원하는 밝은 분홍색과 검은색 커플 운동복을 발견했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점원을 불렀다.          

"사장님, 이 운동복 남자 100 사이즈 주시고, 여자도 100 주세요."     


남자친구가 급히 나를 말렸다.          

"자기, 어차피 살 뺄 거잖아. 한 사이즈 작게 사."          

"응? 그래도 지금 입으려면 지금 사이즈로 사야지."          

"지금처럼 운동, 식단 유지하면 살 금방 빠져. 딱 맞게 입어야 이뻐."     

그는 점원을 다시 불렀다.

"사장님 여자 운동복은 95로 주세요."

         

기분이 고약하다.          

'설마 그는 내가 창피한가?'  

                  

그는 기어코 한 사이즈 작은 운동복을 내게 선물했다.          

잘 입겠다 말했지만, 표정은 자꾸 굳었다.               



옷 쇼핑을 한 뒤, 우리는 카페에 갔다.          

오늘따라 나와 그, 모두 조용했다.          

침묵하던 그는 무언가 마음을 먹었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는 이상형이 뭐야?"          


그는 나와 달콤한 대화를 하고 싶은 것 같다.

아까 운동복에 대한

미안함과 화해를 위한 표현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밝게  대답했다.          

"나는 자기 같은 사람! 같이 운동해 주고, 같이 옷 쇼핑도 해주는 사람!"          

내 애교 섞인 대답에도 그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물었다.     

"자기, 내 이상형은 안 물어봐?"     


나는 한층 더욱더 밝게 물었다.          

"헤헤. 자기는 이상형이 뭐야?"     

                         

"나는 마른 여자."  

                  

분명하다.          

그는 내가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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