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ursing to New Beginnings : 탈임상학교 1
저는 간호사입니다. 국가고시에 합격해 당당히 간호사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간호사죠. 현재도 간호사로 근무 중이냐고요? 아니요. 1년간 대학병원 외래 간호사로 근무를 하고, 퇴사를 하였습니다.
퇴사를 한 이유는 많습니다. 외래 간호사로 일하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많은 환자들, 많은 통화, 담당 교수님과 잘 맞지도 않았죠. 그 외에 부서에 남자간호사가 없어 외롭기도 하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퇴사를 한 직접적인 이유는 간호사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저와는 맞지 않았죠. 환자 상태가 호전되면 정말 기뻤습니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을 듣는 환자분을 볼 때면 마스크로 더 올려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도 했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일이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잠도 잘 못 잤고,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이 너무 가기 싫었습니다. 타고 가는 지하철이 고장 나서 멈췄으면 좋겠고, 오늘 모든 환자분이 예약을 취소하기를 바랐죠.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즐겁지 않은 일을 계속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그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뭘까?
이 질문은 저뿐만 모든 인류의 숙제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질문에 당당히 답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활력이 있고 동기부여된 삶을 사는 것을 볼 수 있죠. 반대로 확실한 답변을 못하시는 분들은, 간호사 때의 저와 비슷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삶....
그럼 지금은 잘 살고 있냐고요?! 네 잘 살고 있습니다. 뭐 하고 사냐고요?! 퇴사했습니다. 그것도 대학졸업 후 일한 뒤 3년간 4번째 퇴사입니다. 근데 뭐 때문에 이렇게 당당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할까요?!
간호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4번의 퇴사를 했습니다. 대학병원 간호사,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그룹 pt 코치, 그리고 바이럴 마케터까지. 총 4번의 퇴사를 하면서 많은 방황도 했고, 힘도 많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그룹 pt 코치, 바이럴 마케터는 1년간 투잡을 했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방황을 하니 결국에는 찾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라는 고민을 중2부터 했는데 14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찾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라면 내가 평생을 할 수 있겠다."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은 일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가슴이 뛰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바로 '탈임상학교'입니다.
'탈임상학교'를 소개하기 전, '탈임상학교'의 메시지를 먼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From Nursing to New Beginnings", "간호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그렇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것은 간호사가 아닌 나만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탈임상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간호사가 아닌 다른 의료계통으로 이직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료계통이 아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삶입니다.
이 말을 하면 100% 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
어렵게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했는데, 아깝지 않아?
면허증으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데,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해?!
간호사분들 중 다른 일을 한다고 하거나, 간호학과 학생 중 자퇴나 휴학 후 다른 것을 한다고 하면 위에 말들을 들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어려운 길인 거 압니다. 4년 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이 조금은 아깝기도 하죠. 면허증으로 할 수 있는 게 널린 거 압니다. 지금도 취업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오는 병원도 많습니다. 근데 왜 어렵고,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길을 갈까요?! 왜 저와 같은 간호사, 간호학과 학생들은 굳이 어렵게 살까요?!
단순합니다. 이 일이 하고 싶으니깐요. 하고 싶지도 않은 간호사의 길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다들 말하는 빅 5 대학병원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했죠. 병원 이후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싫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어차피 간호사 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수들까지 너무 싫었습니다. 누가 속 시원하게 답을 주기를 바랐죠.
근데 돌아보니 그 답을 스스로 내리고 있더라고요. 병원 퇴사 후 나를 알아보기 위해 방에 처박혀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이 직업 저 직업을 해보고,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그 길을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제가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지 않고, 만들 생각도 없어 보이니, 제가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일이 세상에서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퇴사 후 여행 한 번 안 가고, 지금 이 시간에도 스터디 카페에서 하루종일 마케팅 공부와 '탈임상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스텝을 밟아 가면, 탈임상학교로 행복하게 사는 간호사들이 많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아직 탈임상학교의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조차 온전한 탈임상을 한 것은 아니니깐요. 그래서 제 삶을 실험실로 하여, 탈임상학교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제가 성공한다면, 프로그램의 효과가 검증되고, 많은 간호사들이 효과를 볼 것입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탈임상학교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완성하면, 세상에 탈임상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교육을 진행해 많은 간호사들의 삶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제29살 인생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이렇게 가슴이 뛰는 적은 처음입니다. 제 삶을 지켜봐 주시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