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똥손이 변신을 꾀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조리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 감탄하며 요리는 역시 장비발이라는데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 새로 구입한 주방계 명품브랜드(?) 우엉채칼, 이 장비덕에 주키니 호박 국수를 만들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건 신혼 때 구매해서 3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감자칼에 이미 우엉채칼 기능이 있었다는 거다. 그걸 어제야 발견했다.
"감자칼, 30년간 내 곁에 있었는데 그대의 진정한 가치를 이제야 알아본 나를 용서해 주게나. 진심으로 미안하이". 살면서 소중함이나 가치를 몰라본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돌아보게 된다.
장비발 말이 난 김에 주방에서 최근 똥손 변신에 기여한 친구들을 꺼내보았다. 30분간 머랭을 쳐야 했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 준 며느리 믹서기, 거품기, 30년 지기 감자칼/우엉칼, 모든 레시피를 책임지는 계량컵과 다이소 저울, 모든 요리의 빛나는 조력자 퀸 Ti 웍과 프라이팬. 이들이 있었기에 나의 변신이 가능했다.
고맙다 친구들
아들 집에서 가져온 믹서기, 전동 거품기, 요리의 주역 암웨이 퀸 Ti 웍과 프라이팬, 전자저울, 새로 산 감자칼/우엉칼, 계량컵, 30년 지기 검은 색 감자칼/우엉
마음의 상처도 항생제/소염진통제가 필요해
장비발 타령 끝에 주방칼을 새로 마련했다. 새 칼답게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타인의 말에 상처받은 마음도 베인 손가락과 같다. 특히 자존감이 무너져 있을 때는 그 마음에 항생제와 소염진통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예쁘고 맛있는 식사가 필요하단다. "밥 먹자" 이 한마디가 삶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리더님의 요리특강).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힘을 주고 싶다면 건강한 파이토 영양소를 고루 담은 다양한 색상의 꼬지 구이를 권한다. 요즘은 인증숏이 유행인 시절이라 눈에 예쁜 음식들이 입에도 맛이 있게 느껴진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 파란색. 야채 본연의 색들을 살려서 알록달록한 맛있는 꼬지를 만들어 올리브유에 구워보자. 기분이 좋다면 달짝지근한 소스를 만들어 꼬지 앞뒤로 발라 구워도좋겠다. 재료들은 큼직하게 썰어야 굽는 동안 부서지지 않는다. 역경이나 어려움 앞에서는 굵은 선의 마음밭이 견뎌내기가더 좋은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