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의 단골손님 카레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학부모회에서 급식 모니터링을 하면 어김없이 맛보았던 카레가 생각난다. 학교 급식 단골손님이라서 아이들은 카레를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카레라이스는 집에서도 외식메뉴에서도 등장하지 못했다. 그러다 인도요리점 '강가'에서 치킨마크니를 먹어본 후로는 그 맛에 반해 주일 예배가 끝나면 어김없이 강가를 갔던 것 같다. 나 어릴 적엔 카레보다 짜장색의 하이스카레를 더 많이 먹곤 했다. 카레와 하이스가 섞여서 훨씬 부드러운 맛이 요즘의 치킨마크니와 비슷하다.
무수분 카레의 진수
내가 알고 있는 카레는 야채를 버터에 볶다가 물을 부어 익힌 후 카레가루를 풀어서 졸이는 것인데 돼지고기 스테이크 카레는 양파만으로 조리를 한다. 듣보잡이다. 양파 5개를 얇게 채를 쳐서 물 하나 없이 웍에 20~30분을 익히니 물이 우러나와 흥건해졌다. 수분이 많은 야채인 건 알았지만 양파죽이 될 정도로 조리하는 건 처음이다. 올리브유에 볶은 양파수에 3cm 두께의 돼지고기 목살을 앞뒤로 익혀내니 육즙이 안에 갇혀 촉촉하기 그지없다. 큼직하게 썰어진 감자와 당근, 목심을 현미밥 위에 얹고 컬러풀하게 토마토, 버섯과 브로콜리로 장식하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정통 인도카레가 따로 없다. 돼지고기는 꼭 3cm 여야 제맛이다.
양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
나는 양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껍질을 까도 까도 하얗고 신선한 양파가 계속 나오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석박사 6년-기업 14년-비영리 9년. 너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를 꾀했다. 지금 돌아보니 좀 진득하게 한 분야에서 오래 버텼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강한 자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자가 강한 자라고 하는데 나는 확실히 강한 자는 아니다. 영역을 넘나드는 변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만들었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겸손하게 만들었다. 'Strength Finder' 검사결과 나의 첫 번째 강점이 '학습'이어서인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 내게는 그런 삶이 양파와 같았나 보다. 누군가 이런 나의 모습을 "불치병"이라고 불렀다. 평생 못 고칠....
[ 돼지고기 스테이크 카레 ]
(재료) 일본 고형 카레 매운맛 7쪽, 돼지고기 목살 3cm 두께 3장, 양파 5개 채썰기, 감자 3개,
당근 1개, 올리브유
(토핑용 야채) 표고버섯 4개 슬라이스, 브로콜리 1개, 토마토 2개
1) 양파 5개를 얇게 채를 썰어 올리브유에 볶는다
2) 양파수가 우러나면 돼지고기 목살을 넣고 한 면을 익힌 후 바로 뒤집어 익힌다.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큼직하게 썰어 익힌다.
3) 감자와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매운맛 고형카레를 넣어 끓인다.
4) 카레가 끓을 동안 토핑용 야채를 프라이팬에서 살짝 구워준다. 카레 속 당근이 익으면 밥 위에 카레를 붓고 구운 야채를 토핑 해준다
오늘 꼭 요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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