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이 책은 예약구매를 해놓고 나중에 받았을 때 꽤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읽다 보니 내가 아는 브랜드들이 많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수익 구조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카니발라이징이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고, 이 책 한 권으로 정말 이 시대의 경제 흐름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필자는 집필 의도를 충족시킨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아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더 관심이 갔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니 소비를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지에 대해 더욱 생각해 봐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또한 많은 책을 내고 싶은 나의 경우에는 '초동 판매량'이라는 개념이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출판 업계가 가지고 있던 고충과 전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었을 때, 교수님이 부른 선배님이 말씀해 주신 출판사의 실상을 들었을 때, 취업을 못 할 것 같다는 공포감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작가도 좋지만 출판 쪽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도 차츰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이책이 점점 사라지는 것도, 출판업계가 겪는 고충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온라인 서점, E북 보다 종이책과 일반 서점이 더 좋았다. 그래서 책도 E북이 아닌 종이책으로 냈다. 과정은 더 복잡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가 만든 책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 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기도 하고, 갑자기 또 많이 읽기 시작하는 이런 변동성 때문에 출판업을 살릴 만한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포부는 꺾였다. 한강과도 같은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내 20대를 다 갖다 바쳐도 모자랄 것 같았다. 엄마는 내게 재능이 없다고 했고, 자신을 닮아 글을 좋아할 뿐이라 했다. 교수님은 글쓰기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고 하셨고, 나는 구상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해주셨다.
하지만 그걸 글로 표현함에 있어서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하나하나 고쳐가며 많은 것들을 배울 때 행복했다. 하지만 내 친구가 지적해 준 것처럼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진지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양다리를 걸치며 이미 부업이라고 정해놓고 취미로 남겨두려 했다.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해 작가가 되는 건 어떻냐고 했다. 나는 그 친구의 진지한 눈을 보고 동경했다. 어떻게든 글을 써서 성공하고 말리라는 글에 대한 사랑, 자기 확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비해 그런 자기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그때는 자존감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학과에서 학점이 가장 높았어도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듯한 꿈만 꾸고 있었다. 내가 한국의 출판 업계를 살리겠다는 포부, 해외로 나가서 공부를 해서 해외에 한국 출판사를 차려보고 싶다는 계획은 없는 허무맹랑한 꿈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경제'였다. 나는 경제를 항상 배우고는 싶었지만 입문단계부터 만만치가 않은 학문에 재무제표만 봐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울상이 된 채로 책을 덮기 일쑤였고, 엄마는 나보고 제발 주식 관련 공부도, 경제 관련 공부도 하라고 했다. 경제공부는 사람을 유식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써먹을 수 있다고 하며 말이다. 나는 백 퍼 공감했지만 수학 울렁증이 있는 사람으로서, 수학 시간에 복리를 배웠을 때 계산하기가 싫어서 이게 어디에 쓰이냐고 했던 사람이었다. 물론 쓰였다. 특히 여러 분야에서 말이다. 대학교 1학년때 이 경제 취약성을 타파하기 위해 '영화로 이해하는 글로벌 비즈니스'교양 강의를 들었다. 재미있었다. 나는 많은 것을 배우며 감탄했다. M&A, 여러 가지 경제 효과들, 그리고 마케팅 방법을 영화를 통해 배우면서 내 허무맹랑한 꿈은 커지고 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이태원 클라쓰'로 경제 발표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배운 개념을 총정리해서 드라마에 대입시켰고, 성심성의껏 준비한 발표는 A를 받았다. 홉스테드의 문화차이 이론을 통해 분석도 넣었고, 장가포차와 단밤의 차이점, CEO가 가져야 할 덕목 등을 배운 것도 기억난다.
여하튼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때 꽤 흥미를 가졌던 경제의 일부를 다시 파헤치는 느낌이다. 흐름을 통해 이해하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경제, 이 시대에 딱 맞춘 MZ들을 위한 경제 입문서로 딱이다. 책 출판, 패션 브랜드, 2030 소비패턴, 팝업 스토어와 같은 광고 및 마케팅의 파급력 등 평소에는 그냥 '아, 팝업 스토어 또 열리네, 소비하러 가봐야지.' 이런 생각만 가득했던 나에게 팝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나중에 매장에 가서 알아보고 싶다는 시장조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는 보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살아가며 변하는 시대 속에 갑자기 늘어난 소비 종목들, 새로 나오는 제품들에 의문을 가진 적이 많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그런 제품에 환장하는지 그리고 왜 비슷한 가게들이 좌르륵 생기는지 등에 '갑자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는 새로 생긴 곳들을 탐방하는 게 좋아서 새로 생긴 곳은 꼭 가봐야 하는 직성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러면 지갑에서 돈이 나가길래 한 종목, 카페만 탐방하긴 했지만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갑자기 커피숍이 많이 생기고 커피숍과 관련된 경제적인 것들에 대한 것을 말이다. 나중에 10년 정도 뒤에 북카페 사장이 되겠다는 포부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난, 경제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 책은 정말 추천한다. 가장 좋은 점은 가독성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