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쩡 Jun 07. 2024

맥모닝보다 모닝산책


"엄마 오늘은 거짓말 안 했네?"


아이가 문을 나서며 말한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지? 생각하는 찰나

아이가 말한다.


"지난번에도 아침에 엄마가 어린이집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안 데려다줬잖아."


"아.. 그거.. 그건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그때 엄마가 진짜 데려다주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아빠가 갑자기 회사 출근이 미뤄져서 아빠가 데려다주게 된 거야."

변명하듯 이야기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을 가고 싶었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 앞에서 어린이집 차를 타고 등원했던 아이. 하지만 차로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 이기도 하고 아이와 대화도 하고 경제적으로 절감할 겸 도보 등원을 선택했다. 요즘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나 대신 새로 직장을 구하고 있는 아빠와 함께 등원했다.


그러다 오늘은 남편의 부재와 나의 재택근무로 인해 실로 오랜만에 내가 아이의 손을 잡고 등원하게  것이다.


걷기 힘들다며 징징대던 아이는 어느새 주변의 꽃과 나무들 길가의 지렁이들을 보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오늘만 나가면 드디어 주말이다!라고 말한다. 어른 같은 말투에 순간 웃음이나기도 하고 새삼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오늘 원피스 입었네? 이쁘다."


라고 말하는 7살 꼬맹이에게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며 오늘은 여느 아침과 다르게 공기마저 상쾌했다.


늘 늦잠 잘까 버스를 못 탈까 조마조마하던 아침이 아니라 아이의 눈과 입을 통해 잊고 있었던 주변의 세상을 느끼고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걸어서 10분 그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에 우리는 많은 것을 했다. A부터 아는 영어 단어 말하기, 포켓몬 끝말잇기, 그냥 끝말잇기까지. 맞고 틀리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아이와 하하 호호 이야기하는 그 순간순간이 좋았다.


그래, 행복이 별거 없지...

지금 이 순간 너의 웃음을 보니 그게 행복인 것을...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웃고

일하기가 싫다가도 또 보람되기도 하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다가도 또 기다려지기도 하는

오락가락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아이와의 행복한 아침 산책 길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내가 가진 근본적인 행복의 조건을 떠올리게 되었다.


너의 웃는 얼굴, 너의 행복한 모습만 바라봐도

그것이 나의 행복임을.

이젠 네가 없었던 세상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너는 나의 현재이고 미래임을.

늘 곁에 있기에 잊기 쉬운 소중한 행복의 감정들을

계속해서 의식하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한 아침이다.




<썸네일 출처: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운 놀이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