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Feb 14. 2023

신혼이라고 생각했지만... 변해버린 아내

내 존재가 사라져 간다

앞선 이야기


드디어 시작된 육아 전쟁.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육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는


아이가 너무 귀여운데, 너무 힘들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육아를 시작함과 동시에 바로 알게 되었다.


정말 전쟁과도 같은 하루하루였다.

처음에 병원에서 퇴원 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눕혀놨더니 빽빽 울어댄다. 도대체 왜 우나 했다. 말을 못 하니 뭘 원하는지를 모른다. 젖을 먹이니 아이가 진정이 되었다. 또 울길래 젖을 먹였지만 더 울어댄다. 


뭐야... 배고픈 거 아냐? 그럼 뭐야??


계속 안아주니 잠이 든다.

아... 잠이 오는 거였구나...


당황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아이는 누워서 울기만 하고 부모인 우리가 모든 걸 알아채야 했다. 처음엔 도대체 왜 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점 익숙해져 가니 아이가 배가 고플 시간이구나, 잠이 오는구나, 똥을 쌌구나 하는 등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분유 먹이는 건 어렵지 않다. 

분유를 먹이고 소화를 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아이는 목을 목 가누니 나와 아내 중 한 사람이 안고 트림을 할 때까지 돌아다녀야 된다. 분유를 마시고 트림까지 시켜주면 최소 30분은 지나간다. 이걸 하루에 대여섯 번을 한다. 아이의 하루는 우리의 하루 사이클과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하루에 세끼를 먹지만 아이는 세 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먹어야 한다. 새벽에도 물론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는 우리가 잠이 깊이 드는 새벽 2~4시 사이에 울어댔다.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9시가 되면 집에 들어가고 10시에 자던 내가, 새벽에 아이가 깨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아내라고 다르랴. 깊이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아내는 아이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잠이 많아 밤 8시가 되면 주무시는 어머니는 나를 낳고 난 뒤 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내도 똑같았다. 


아이는 안아달라고도 자주 운다.

그럼 계속 안고 다녀야 한다. 허리가 아프다. 아내랑 같이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싶지만 한 명은 밥 먹고 한 명은 아이를 봐야 한다. 정말 많이 징징댄다... 등센서가 작동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눕히면 울어댄다. 그럼 아이를 하루종일 안고 있어야 한다.


아내는 출산 후 손목과 허리에서 산후통이 나타났다.

아이는 안아달라고 칭얼대지 몸은 성하지 않지 여러모로 힘들어했지만 어떻게든 아이를 케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방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대신 육아 외의 모든 일은 내가 했다. 설거지, 빨래, 청소, 분리수거 등 육아 외의 모든 일은 내가 했다.(사실 내가 더 잘한다) 물론 육아도 같이 했지만 육아 시간의 비중이 아내가 더 많이 차지했다.


시간이 흘러 목을 못 가누던 아이는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나중엔 뒤집기도 하였다.

아내의 생일날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아이가 주는 엄마 생일 선물이었다. 아내는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내는 온갖 이유식을 검색하더니 택배아저씨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방문했다. 


나는 이런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정말 하나도 몰랐다.

결혼식도 아내가 다 알아내고 나는 따라다니고 선택만 해주었는데 육아는 내가 선택할 것도 없이 아내가 다 검색하고 주문하고 만들고 먹이고 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아내를 보며 모성애는 정말 위대하다고 느꼈다.

나와 연애하던 시절, 아내는 쇼핑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끌고 가서 옷을 골라주고 카드를 긁어야 겨우 사는 아내였다. 핸드백도 대학생 때 할인해서 산 13,000원짜리를 항상 메고 다녔다. 실밥이 다 터져 너덜너덜한데도 메는데 문제없다며 메고 다니던 아내였다. 혼인신고 기념으로 핸드백을 사준대도 안 사겠다길래 백화점 명품매장에 끌고 가서 사줄 정도였다. 사줬더니 그걸 또 아깝다고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매일같이 쇼핑을 한다. 매번 카드 결제 내역이 띵띵하면서 떴다. 모두 아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아이가 쓸 용품들이나 음식 혹은 장난감 등.... 내건 없었다 ㅠㅠ 


어느 날, 나한테 와서 뭘 사야겠다고 하길래


제건가요...?


라고 물어보니(우리는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한다) 아이 거란다. 하아... 이 집 가장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ㅠㅠ


아내는 무조건 새것만 사지 않았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 플랫폼이나 아파트 단지 내의 단톡방이나 앱을 잘 활용해 나눔으로 이것저것 받아왔다.

아이의 옷, 장난감부터 크게는 아기침대까지 모두 어디선가 얻었다. 물론 나는 아내의 당근셔틀이 되어야 했다. 


118동 604호 가서 책 받아오세요~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가서 아기 욕조 받아오세요~


동네에서 플리마켓을 하던 날, 아내가 눈에 불을 켜고 아이 물건을 찾는 걸 보며 정말 놀랬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백화점에 가면 그렇게 소극적이던 아내가 먼저 가서 보고 오겠다며 우릴 두고 휭 사라져 버리더니 이것저것 사서 나타났다. 모성애는 이런 것인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내는 별로 말이 없는 편이다.

물론 나에게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친정에서는 무뚝뚝한 큰 딸인데 아이에게는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나도 아이와 잘 놀아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와는 비할바가 못 된다. 아내는 뭐든 아이가 우선이었다. 뭘 사도 아이 거 먼저였고 나는 먹어본 적도 없는 소고기 1++ 등급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이에게 철분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그런데 아이가 먹어본 적이 없다 보니 좋아하지 않았고 입맛에 안 맞았는지 뱉어냈다. 불쌍한 척하며 옆에 앉아있으니 아이가 나에게 아빠도 먹으라며 한점 주기도 했다. (아빠의 눈빛을 읽었구나? 녀석...) 결국 아이는 1++ 하나도 소고기를 먹지 않았고 남은 고기는 내가 다 먹을 수 있었다. 허허허


아내는 내가 교육이 있어 나가는 날엔 하루에 한 끼 정도밖에 먹지 못 했다.

 그 한 끼도 후레이크를 우유에 말아먹는 정도였다. 아이가 잠시 잠이 들면 아이에게 해줄 음식을 검색하며 주문하고 좀 자려고 하면 아이가 깨서 또 아이를 봐주고 이런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아내는 항상 잠이 부족했고 눈이 퀭했다. 가끔은 예민하기도 했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다 보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한두 시간씩 산책을 했고 아내만의 시간을 주었다. 그 시간마저도 아내는 아이를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나는 아내를 보면서 어머니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어머니와 아내는 죽이 잘 맞는데 비슷한 점이 많다며 서로 이야기한다. 내가 받아온 어머니의 사랑을 내 아이도 받는다고 하니 남편으로써 아빠로서 굉장히 뿌듯하다. 또 고맙다. 아내를 보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갈 때면 나는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해외에서 일할 때는 주말에 한번 전화를 드렸었는데 가까운 한국에 와서는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의 안부보다는 아내와 아이의 안부를 더 많이 묻는다.


이 집에서도 저 집에서도 점점 사라지는 나의 존재 ㅠㅠ



다음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