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 성격이 바뀌네요
앞선 이야기
10살 차이 나는 사람과의 결혼생활.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생각이 어리다거나 어리광이 많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것은 성격의 차이일 뿐이고 어떻게 가정교육을 받아왔냐의 차이다. 그러나 확실히 차이가 나는 건 경험치다. 10년의 경험, 10살 차이는 이 경험치에서 많이 드러난다.
사회생활을 10년간 한 나와 4개월 한 아내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나는 해외에서 직장 상사를 모시고 5년간 살았다. 365일 출근한 상태였기에 항상 눈치 있게, 센스 있게 행동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캐치하는 편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직장상사를 모시는 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부부사이에는 참아야 할 일이 많다.
할 말 하는 나인데 아내에게 할 말 다 했다가는 다툼이 생긴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아내도 장난 아니다. 아니 결혼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모성애가 발동해서 그런지 뭔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다툼은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참는다.
그 문제가 여러 차례 쌓였을 때, 분위기가 좋을 때 혹은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야식을 먹을 때 이야기를 차분히 이야기를 꺼내서 이해를 시키려고 한다. 그 상황에서도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잘 설득시키려고 엄청 노력한다. 원래 할 말을 바로바로 하던 성격인 나는, 화가 날 때의 그 상황을 참아야 되는 순간이 참 힘들다.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 나를 무시하는 건가 싶고... 그러나 내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아내의 성격상 내가 할 말 하는 순간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이라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연애랑 결혼은 확실히 다르다.
서로 진짜 자신의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바뀌어야 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살다 보니 받아들이고 변하고 있는 중이다.
나보다 결혼을 먼저 한 인생선배들이 아이가 태어나면 여자가 좀 바뀐다더니, 진짜다.
나보다 애가 우선인 것 같다...ㅠㅠ
아이한테 잘하는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집 앞에 쿠팡 아저씨가 왔다 간다. 어제도 택배가 한가득 왔길래 뭐냐고 물으니 아이 먹을 영양제? 뭐 그런 거란다. 내 건 없다.
내 영양제는 안 챙겨주나요...?
알아서 잘 챙겨 먹더구만요~
안 챙겨주니 내가 챙겨 먹는 거지 챙겨주면 내가 챙기겠냐고요 ㅠㅠ
같이 먹는 음식 외에는 내 택배는 없다. 필요한 건 알아서 챙기고 아내에게 컨펌받고 주문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경우가 많다.
내로남불인 이유는 남이 나에게 이렇게 할 때는 기분이 나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지 않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나는 아내를 대할 때 항상 반대로 생각해 본다.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기분 나쁘지 않을까? 그 상대가 나라면 나의 기분은 어떨까? 라며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 항상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말이나 행동부터 먼저 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었기에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고 결혼하기 전 아내를 만났을 때 그런 변화의 정점에 다다랐다.
그러나 아내는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약하다.
예를 들어 나에게 하지 마라고 한 것을 본인이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 상황들을 생각해 두었다가 나중에 한 번에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마 친구들은 이런 내 모습을 상상도 못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 화가 좀 많은 편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칼 같이 끊었다. 군대를 가면서 이런 부분들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직장상사를 모시고 살다보니 말을 적게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서서히 변해갔는데 친구들이 왜 이렇게 변했냐고 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평생 할 아내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10살이나 어리니 내가 더 많이 포용하고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동생이 한국에 와서 내가 아내한테 하는 행동을 보더니 형수(나의 아내)에게
형이 결혼하고 성격이 많이 변했네요
라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나는 항상 아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한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가 놀던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다. 나는 그걸 정리한다.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으면 분리수거를 하고 다 돌려놓고 개어있지 않은 빨래를 갠다.
아내는 아이의 밥을 준비하고 먹이느라 자신의 밥을 먹을 겨를이 없다.
같이 밥을 먹게 되면 아내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는 아내에게 밥을 먹인다. 집에서 뿐만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혹은 가족,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도 아내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느라 정신이 없으니 내가 아내를 먹여준다.
나는 항상 아내의 심기가 어떤지 눈치를 보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눈치가 빨라야 하고 아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항상 눈여겨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칭찬이라도 한번 듣고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는다. (눈칫밥?)
나는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할 정도로 남녀는 다르다고는 들었지만 아내를 만나기 전의 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는 감정적이고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고 남자가 센스 있게 해 주길 원하고 하는데 나는 전~~~ 혀 그런 걸 모르고 살았다. 아내를 만나서야 겨우 알게 됐다.(가...간절해서 그렇지 않았을까..?)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꽃을 선물해 본 적이 없다.
꽃 그거 뭐 비싸기만 하고 며칠 못 가는데 뭐 하러?
나는 '시든다'의 의미가 싫기도 했다.
그런데 아내를 만났는데 시들어도 좋단다. 꽃 선물 받는데 싫어할 여자는 없단다. 나는 정말 몰랐다.
그 뒤론 아내에게 거의 매달 꽃을 선물했던 것 같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른 후반이 되어 여자의 감정에 대해 겨우 깨닫고 생각하고 행동하려니 쉽지는 않다.
그러나 평생 내가 모시고 살 사람이니 잘해야 한다.... 아내가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하기 전에 나의 MBTI는 ESFJ였다.
외향적이고 계획적이고... 그런데 얼마 전 아내와 MBTI를 해보았는데 다른 건 그대로인데 앞자리가 바뀌었다.
ISFJ
내 지인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이야기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맨 앞자리가 바뀌다니...
외향적 -> 내향적
나 스스로도 놀랍다.
그래도 행복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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