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war.
앞선 이야기
육아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해보셨다면 박수와 존경을 표합니다.
육아를 해본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육아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안 해 보셨다고요? 해보면 '그냥 출근하게 해 줘'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거예요.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땐 아내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막 태어난 아이를 보며
엄마를 많이 닮았네~?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바뀌었고 나를 닮기도 하면서 아내를 닮기도 했다.
어린 시절 사진을 비교해 보니 정말 내 얼굴과 아내 얼굴 반씩 가지고 있다. 가끔은 처제의 어린 시절 모습도 보이고 내 동생의 어린 시절 모습도 보인다. 정말 신기하다.
처음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던 녀석이 목을 가누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면서 점점 성장해 간다.
첫 아이다 보니 그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아이가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누워있을 때보다는 앉을 줄 알고 기어 다니게 되면서 조금 더 편해졌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분유를 먹고 트림을 안 시켜줘도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또 새로운 단계가 오면 그 단계에서의 힘듦이 생긴다. 하아... 힘들다 힘들어
아이는 커가면서 점점 나를 많이 닮아간다.
외모적로는 물론, 행동도 비슷한 점이 정말 많다. 아이는 옆으로 누워 자고 몸부림이 심하다. 아내는 항상 정자세로 자고 나는 옆으로 자는데 아이도 똑같다. 눈뜨면 아내는 잤던 그 자세 그대로인데 아이의 다리가 엄마 얼굴 쪽에 있다. 나는 어릴 때 비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아이도 비염이 있어 보인다.(이건 참 미안하다)
성격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는 조금 소심한 편인 것 같다. 어머니 말로는 나는 다리가 없었다고 했고(날아다녔다고...) 이모들도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 한숨부터 쉰다. ADHD였다고 표현할 정도다. 반대로 아이는 꽤 조용한 편이다. 책 보는 걸 좋아하고 문화센터에 가면 다른 아이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항상 엄마 옆에 붙어있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적응할 때쯤이면 문화센터는 끝날 시간이다. 아내는 이런 아이의 성격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나는 오히려 조심스러워 덜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어릴 때 행동이 꽤나 빨랐고 그로 인해 정말 많이 다쳤다. 이런 부분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피가 당긴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쟤는 내 핏줄이야.
딱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걸 정확히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연예인 중에 수십 년을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다 방송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 본 순간 '어머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딱 그 느낌이다. '피가 당긴다'라는 느낌.
나는 주변에 비교할 아이가 없어서 우리 아이가 키가 큰 건지 작은 건지 무거운 건지 가벼운 건지 성격이 다른 애들에 비해서는 어떤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아내가 동네 아기 엄마들을 만나고 오면 항상 애들과 아이의 행동이나 성격을 비교해서 말해준다. 아이들마다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아이는 소심한 게 확실하다.
어떤 이들은 출근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시간을 위해 갓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기도 하지만 아내는 아이의 성격상 어린이 집에 가면 구석에 홀로 앉아있을 것만 같아 도저히 보낼 수가 없단다. 본인이 힘들지만 그래도 집에서 케어하며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아빠인 나로선 참 고맙다.
아이는 계속 커가고 있다.
1년 동안 아이는 꽤나 성장했다. 지나고 보니 그 1년이 어떻게 지나갔을지 모를 정도지만 아이는 어느새 많이 컸다. 아이의 예전 사진을 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는 매일 데리고 있다 보니 몰랐는데 과거의 사진을 보면 아이는 동글동글 했던 모습에서 꽤나 길쭉해졌다.
가끔은 너무 빨리 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아이가 금방 커서 나를 떠날 것만 같다. 남의 아이는 금방 큰다고 했던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여러 연예인들의 자녀를 보면 세월의 속도가 느껴진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이가 부모의 품에 있는 시기는 초등학교 전까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친구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학교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부모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간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거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가 온전히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길어도 13년 정도뿐이다.
어쩌면 아이가 부모 품에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육아는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는 부모나 가족만 바라보고 안아달라 놀아달라 재워달라고 한다. 이런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해야 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두고 어디를 잠시 다녀오는 것도 어렵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한 명을 키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둘 키우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만약에 연년생이라면 하... 임신기간부터 너무 힘들 것 같다. 아이가 없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니 육아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본인은 겪어보지 못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너도 해봐 인마
육아가 어디 쉽나 ㅋㅋㅋ
라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정말 회사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들다. 이렇다 보니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대단해 보인다.
아내도 아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가끔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매일 밤 나에게 오늘 아이에게 짜증을 내서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잘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되어야 된다고 했다.
어릴 때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조금씩 거리를 유지하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되어있다고 한다.
육아로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얼른 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항상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가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더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말야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