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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Oct 23. 2024

제주도로 날아가는 모과

모과는 조용히 두 씨주머니의 말을 들었다. 씨주머니들의 갈등을 느끼는 것은 불편하지만, 모과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또다시 실패하면 슬플까 봐 겁이 나. 많이 아프고, 속상할 것 같아.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을 쫓다가, 정작 필요한 것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 드디어 네 번째 씨주머니의 소리가 모과에게 들렸다. 네 번째 씨주머니는 '불안해하는 마음'이었다.


"너희는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구나. 내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너희들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 나도 내가 '열매'라는 것을 알고 있어. 날개가 없어서 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그럼에도 나는 정말 날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무엇인지는 '날기 위해 나뭇가지에서 벗어난 난 뒤에' 알게 되었어. 내가 땅에 뚝 떨어졌기 때문에, 시련이란 것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고.. 아플까 봐 다음 도전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허전할지도 알게 되었지.. " 모과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도 계속 실패만 하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싶진 않아. 그래서 이번엔 이런 도전을 해보려고 해" 

이어지는 모과의 말에, 마지막 다섯 번째 씨주머니를 포함해서, 모든 씨주머니들이 집중했다. 어떤 씨앗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어떤 씨앗들의 가슴은 쿵쿵 뛰었다. 이때부터다. 모과의 향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나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모과가 될 거야.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게 근사한 나무가 되겠어. 향긋한 모과차가 될 열매도 많이 맺을 거야. 내 삼총사의 꿈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스케이트보드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내 열매로 만들어진 그윽한 차를 마시며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 내가 맺을 열매는 꿈과 도전, 그리고 시련의 아픔을 아는 열매니까,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들이 꿈을 이루면, 내 꿈도 함께 이뤄지는 거라고 생각해." 모과의 눈이 반짝이는 만큼, 다섯 번째 씨주머니도 크게 부풀어 올랐다. 다섯 번째 씨주머니는 '용기를 내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텅 비어있던 첫 번째 씨주머니에도 작은 씨앗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어머, 모과네?!! 할머니, 지금 모과를 발견했어요. 향기가 엄청 좋아요. 주말에 할머니집으로 갈 때 가져갈게요. 엄마가 비행기표 예약했대요. 제주도는 요즘 날씨가 어때요? 저 드디어 선수로 선발되어 기분이 최고예요. 할머니 만나면, 제가 대회에서 얼마나 멋졌는지 전부 얘기해 드릴게요. 진짜 진짜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어요!" 전화를 끊은 아이는 땅에서 집어든 모과를 코에 가져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흐음~ 이 모과 향기는 정말 최고야. 할머니집 마당에 이 모과의 씨를 심어야지. 근사한 향기가 나는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로 자라나겠지? 오예~"



아이의 주머니 속에서 모과도 같이 외쳤다. "오예!"

그리고 지난번 이 아이가 네 번째 도전에서 떨어졌을 때,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해줬을 말을 떠올려보았다. 엄마가 들려주었을 그 말에 모과도 미소 지어졌다.




Thanks to

어느 날 길에서 이 모과를 만났습니다. 모과는 땅에 떨어져서 실망하고 있었을지, 혹은 나무가 될 때를 설레며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저에게 이런 상상 여행을 선물해준 모과에게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가 될지, 유리 공예사가 될지, 과학자가 될지, 자신의 흥미와 재능에 따라 미래를 꿈꾸고 있는 제 첫째 딸에게도 고맙습니다. 미래를 자유롭게 희망하는 아이의 순수한 에너지 덕분에 이 글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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