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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나영 Jan 02. 2023

노년에 대하여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노년에 대하여


사람들은 언제쯤 자신이 노년에 들어선다고 생각할까


노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노후대비, 노후생활, 노후건강 등의 단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이제 노년으로 몸을 돌리고 발을 옮겨 한 발짝 노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십여 년 전 가까운 친구가 한창 일하고 있는 사십 대의 나에게 케로로의 ‘노년에 대하여’라는 책을 선물했다. “도대체 이 책을 왜 나에게... ” 그의 선물이 뜬금없었다. 십수 년째 한 장도 읽지 않을 정도로 나와는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작년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부모님의 노년과 죽음을 겪고 난 후 나의 노년에 대해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비로소 그 친구의 책을 꺼내서 한 장씩 읽기 시작했다. 


키케로는 과연 노년을 무어라고 했을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여든다섯 살의 로마의 정치가 카토의 입을 빌려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노년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을 못하는 것, 체력이 약해지는 것, 쾌락을 즐길 수 없는 것, 죽음을 앞둔 것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여기에 반론한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일을 하면 된다. 노년은 사려 깊고, 영향력 있고 현명한 판단력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젊은이들의 인정과 존경을 발을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지지만 자신의 체력에 맞는 일을 하고 적절히 체력을 조절하면서 일을 하면 된다. 지금 내 것이 아닌 젊은 날의 것들을 뒤돌아보고 그리워하지 말고 현재의 나를 잘 다스리라. 그러면 노년다움이 빛을 발한다.

 

노년이 되어 쾌락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오히려 칭찬해야 하며 스스로 자랑할 거리다. 소화불량이나 숙취가 없는 삶, 절제로 인해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는 삶, 내면의 욕망을 버리고 배움을 계속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을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불행하다고 비관하지 말라고 한다

인생은 짧지만 훌륭하고 영예롭게 살기에는 충분히 길며 봄은 청년기를 뜻하고 농부에게 미래의 열매를 약속하지만 노년은 열매를 추수하고 저장하는 일에 알맞다. 노년의 결실은 앞서 이루어놓은 좋은 것들에 대한 풍부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는 노년의 삶에 대해 결론 내린다


노년은 우리의 인생이 욕망, 야망, 다툼, 불화, 열망과의 전쟁 같은 삶에서 전쟁이 끝난 후 ‘내 마음이 나 자신 곁에 있게 되는’ 시기다. “내 마음이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연구나 배움을 이어나간다면 어떠한 것도 한가한 노년보다 더 즐겁지 않다네.”



키케로의 말대로 나는 노년을 절제에서 오는 마음의 가벼움과, 약함을 강함의 반대가 아니라 또 다른 삶의 표현으로, 죽음을 삶의 어쩔 수 없는 포기가 아니라 평안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안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노력한다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운과 노력의 결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는 가질 수 있으니 나의 마음이 나와 같이 살아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내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나와 같은 나이의 다른 노년들이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의 생계에 함몰되어 마지못해 사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이 평생 노력해서 가꾸어온 지식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적 자산으로 체계화되어 굳이 노인을 통해 직접 전달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노인은 젊은이들과 그들이 중심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 고립되어 산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좀 더 복잡해진 노년의 삶은 정부 국가적 차원에서 돌보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그들이 경제적 궁핍으로 최소한의 존엄을 선택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에서 구해야 하며 그들이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인식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노년은 그다음 자신의 삶을 하나씩 돌아보고 적응하고 죽음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노년이 키케로가 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면 나의 노년은  더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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