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직장은 농수산물 시장이다. 새벽 시장에 나가 건어물을 파는 것이 남편이 하는 일이다. 더우면 더운 만큼 추우면 추운대로 힘든 작업이다. 학창시절 친구로 만나 그럭저럭 정이 든 우리는 남들처럼 애틋함이 깊거나, 너무 좋아 못견디는 사랑은 아니다. 그저 우리는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예쁜 가정으로 모나지 않게 외동아들을 잘 키우고 싶다. 서로의 부모님을 잘 섬기고 연인보다는 우애 깊은 형제처럼 지내는 편이다. 소박한 맘이 변치 않을 수 있는 건, 남편을 깨우는 새벽 2시 30분의 알람이다. 고생한다, 수고한다는 말이 필요없는 시간, 모두가 잠든 사이에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의 뒷모습은 경건하게 하루를 열게 한다. 살갑게 인사하지 않더라도 나는 2시 30분이면 잠깐이라도 눈을 뜬다. 다시 잠이 들더라도 새벽 시간 혼자 나가는 건, 어쩐지 너무 쓸쓸할 것 같다. 남편은 그냥 자라고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괜찮지 않아서 깨어나는 새벽 어스름의 시간. 적막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고요히 서로를 응원한다. "운전 조심하고", "밥 잘 챙겨 먹고", "비온다. 천천히 가.","도착하면 전화해.", "길이 많이 미끄럽다." 별반 살가울 것도 없는 우리의 새벽인사는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남들처럼 잘 때 자는 일을 하면 좋겠는데.. 남들이 잘 때 깨어있음으로 좀 더 버는 보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아침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지금의 새벽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어. 나의 남편이어서 내 아들의 아빠여서 고마워! 새벽 2시 30의 알람은 아직 쩌렁쩌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