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돌아가셨다. 119구급차는 돌아가신 분은 태우지 않는다는 것, 또 국과수에서 현장을 찾는다는 것(의문스러운 죽음일 수 있으니)을 처음 알았다. 호흡이 없고 심장이 멎은 할머니는 사설구급차를 타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정이 많았던 당신은 온전치 못한 정신에도 증손주를 끔찍히 아끼셨다. 아기만 보면 눈가에 웃음이 가득 번졌다. 조건없는 사랑의 순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랑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할머니만 보면 아이도 방긋방긋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오롯이 전해지는 마음의 온기였다. 잠자다 주무시듯 떠나는 것이 복이라고 했던가. 할머니는 그렇게 고요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래서 아이에겐 죽음의 기억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긴 잠을 주무시던 날, 자기가 좋아하는 삐요삐요 자동차가 왔고 경찰 아저씨들이 왔다갔다 하셨던 정도? 환한 꽃에 둘러싸여 여전히 예의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로 조문객을 맞으셨던 당신, 어린 증손자도 하얀 국화 한송이 미소로 건네는데 그 날의 풍경이 가슴에 콕 박혀 잊혀지지 않는다. 가장 아름답고 선한 작별이었다. 향기로운 꽃에 파묻힌 증조할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단 것도 모르고 부끄럼에 발가락 꼼작거리며 수줍게 건넨 꽃 한송이, 그날의 순한 향기가 내내 가슴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