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드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책장을 넘기기 딱 좋은 날씨다. 나는 시인 윤동주를 좋아한다. 존경하고 가을 밤 때때로 그리워한다. 진짜 지식인이 무엇인지,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시인, 그의 올바른 양심과 가치관은 내 삶이 비뚤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앞선 선배 문인의 희생과 헌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흠없이 고결한 싯귀를 읽는 순백의 시간이 새삼 감사하다. 동주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에는 동화도 있고 동시도 있다. 이 땅의 어린이를 사랑했던 동주는 대한의 건아들이 밝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길 바랐다. 위태로운 삶의 마디에서도 자주 독립의 의지를 결코 꺽지 않았다. 암울한 시대에도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나는 서시 앞에 서서 동주의 시를 또박또박 읽어본다. 언제쯤 우리는 그의 '서시'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가을에 읽는 동주의 시는 그래서 더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