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이동전화가 흔치 않던 시절, 동네에 꽤 많은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명절이나 휴일에는 길게 줄을 서기도 했고, 남은 동전을 남겨두고 가는 건, 뒷사람을 향한 배려이자 예의였던 시절이다. 동전으로 걸 수 있는 공중전화가 차츰 사라지는가 싶더니 카드 전화기가 등장했고 공중전화 전용카드 대신 신용카드도 가능한 공중전화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보기 힘들게 되었다. 전화기 없는 집이 없고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으니 당연한 시대의 패러다임일 수 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도로 한복판에서 낡은 공중전화를 만났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군대간 애인의 목소리를 꼴딱꼴딱 삼키던 녀석, "이제 동전 없다." 그 짧은 인사는 왜 그리도 야속했던지.. 터미널에서 걸려온 할머니의 전화에 집을 비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며,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하고 싶어 한달음에 찾았던 공중전화 부스, 호출기! 삐삐를 치던 시절, 누군지 궁금했던 두근거림과 설렘도 번히 알고 있을 나와 당신, 우리의 공중전화~ 조금 더디고 늦었지만 나는 낭만을 누리고 살았던 것 같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가웠고, 초라한 녀석의 행색에 조금은 헛헛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녀석은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누구도 찾지 않는 녹슨 부스는 공사의 완공과 함께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녀석의 빈자리는 상상만으로도 맘이 시렸다. 나이가 드니 자꾸 예전을 떠올린다. 지나간 시간에 마음이 머물고 흘러간 과거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러니, 부디 사라지지 말아라. 나의 공중전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