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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몌 Apr 10. 2024

머나먼 꿈의 나라는 사실 여기였어


누군가의 오늘 하루는 그 사람이 남긴 삶의 조각이다. 우리는 이 조각들을 모아 삶이라는 작품을 만든다. 이 작품은 완성하는 데에 여느 예술 작품보다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쉽게 값을 매길 수도 없다. 그 삶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그래서 개인의 삶은 심오하고도 아름답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랑할 자격이 있고 누구나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삶을 누구나가 좀 더 '잘' 살고 싶어 한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매 순간이 무심코 흘러가는 것을 슬퍼할 때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욕망, 열심히 살아서 언젠가는 뭐든 이뤄내야지 하는 갈망,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은연중에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목표, 혹은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에 가치를 매길 수 없듯, 개인의 목표와 꿈도 무엇이 더 낫다 혹은 나쁘다를 평가할 수 없다. 사람들의 꿈은 생각 이상으로 다채롭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꿈이 있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더 나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고,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지금도 생명력 있게 움직이며 시간 속을 걸어 나아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꿈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낀다. 먼 미래에 이루어질 무언가를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한다. 혹은 꿈을 그저 '꿈'으로 여긴 나머지, 현재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미래의 무언가만 끊임없이 추구하곤 한다.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것들을 끊임없이 원하고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너무도 외롭고 힘이 든다.



확실히 정해진 게 별로 없던 20대 때는 가지고 있던 꿈이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그럴수록 그 꿈을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도 강했다. 물론 20대 특유의 에너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기도 했지만, 사실상 나를 갈아 넣듯이 삶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고 나서도 한동안은 무리해서 일정을 잡고 일을 크게 벌였다. 그러다 보니 30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꿈을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만 생각한 탓에 많은 것을 놓쳤고, 쉽게 불안해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지금, 바로 현재가 내가 내내 뒤쫓던 미래의 어느 순간이라는 것과, 내가 과거에 늘 바라고 바라보며 준비하던 시간들을 지금의 내가 누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던 '머나먼 꿈의 나라'는 사실 내가 보내고 있는 지금에 있음을 너무도 절실히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사실 지금 이 순간도 다가올 미래만큼이나 너무도 소중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내게 한때 존재했던, 혹은 앞으로 존재할 시간보다도 더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가 너무도 힘들다면, 알 수 없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때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현재의 이 시간, 이 장소, 이 공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기엔 우리의 삶 자체가 너무도 아쉽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시간을 되돌리거나 앞당길 능력은 아직 없다. 정말 잘 살고 싶다면, 아직 전체를 알 수 없는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미래의 어떤 것만 마냥 바라는 것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현재를 즐기라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단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도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기대하며 그로 인해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 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은연중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이 마법들을 잊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렇다.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면서도 이따금씩 안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이 생기면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대체적으로 이 삶의 '현재'에서 평안함과 기쁨을 찾는다. 과거에 대한 답도, 미래에 대한 길도 지금 이 순간에 다 있는 것만 같아 나의 현재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보려고 노력한다.



삶에서 누구나 겪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엮은 브런치북을 쓰게 되면서, 이처럼 사소하여 잊고 살아가기 쉬운,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너무도 당연할지 모를 이 이야기가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와닿을 수 있으면, 그리하여 이 글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머나먼 꿈의 나라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그리고 반드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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