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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몌 Jun 05. 2024

우리는 어느 것에게도 잡히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원래 있던 대로 돌아간다. 

시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저울에 올려놓아 본다. 

기억하는 것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는 어느 것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저 먼 곳으로 나아간다. 

이 흠잡을 데 없는 자유를 가지고 괜한 트집을 잡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한하지 않다 말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국 우리에게 붙잡힌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아니 그 모든 과정마저 

우리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때로는 발목을 붙잡혀 앞으로 고꾸라지던 힘듦의 순간마저

우리는 스스로의 이유가 되었음을 말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위로가 된다.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도 우리를 붙잡을 존재가 없다는 것,

결국 우리는 어느 것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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