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몌짱이 Oct 02. 2024

흔들리는 이 계절을 나누자


푹 푹 찌던 애증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계절 역시 매번 돌아오지만 2023년의 가을과 2024년의 가을은 같지 않다. 어쩌면 내가 태어난 1988년의 가을과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계절에 서서 과거의 어느 순간들을 갈구한다. 똑같은 모습으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란 존재를 한 번쯤은 무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기억해 내려 애쓴다. 어느 선선한 날 내 손끝을 부여잡던 포근한 촉감과, 지금은 잘 만나지 않게 되어버린 사람들의 말투나 표정들을. 하지만 이미 지나간 순간들은 과거가 되어 다시는 똑같은 상태로는 마주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저 그런 흔해빠진 순간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사실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것들이 되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늘 하루의 시간 위를 분주히 걸어본다. 늦지 않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주 가지 않던 길을 산책한다. 괜찮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손에서 놓았던 일거리나 공부에 몰두한다. 늘 애정을 갖고 있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가을이 왠지 모르게 설렌다.



이 흔들리는 계절을 손 안에, 마음 안에 품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 뜨겁지도, 차갑게 식지도 않은 한 시간의 조각을 어루만지는 순간이다. 



이전 24화 세상이 끝날지라도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