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전
창해에서 나온 '프랑스영화', 이 책은 프랑스 영화 사전격이다. 그래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항목을 읽으면 된다. 불어를 몰라서 불어투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체가 전형적이다. 설명서일텐데, 말이 어렵다. 뒤죽박죽...
프랑스영화는 세계영화사의 벽두를 장식한다. 아버지의 사진회사를 운영한 사업가이자 기술자였던 뤼미에르 형제, 마술사였던 멜리에스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탄생시킨 1등 공신들이 모두 프랑스 영화사에 등장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키네토그래프(1891년)와 키네토스코프는 찍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계장치였다. 연속되는 동작의 스틸사진을 돌려서 움직이게 만든 것을 1명이 관람할 수 있는 기계장치였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을 향한 상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영사기다. 뤼미에르 형제는 에디슨의 기계가 가지고 있는 혁신성에 놀라워하며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것이 시네마토그래프(1895년)다. 오늘날의 프로젝터의 탄생이다.
영화의 탄생부터, 2‧30년대의 전성기, 그리고 프랑스식 제작, 표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어 허리우드 제작방식에 대한 옹호로 이어지는 누벨바그 운동까지 프랑스영화는 전세계 영화의 문법을 만들었다. 그것은 작가주의를 탄생시키며 영화를 예술로 인정하게 만든 현실적 계기가 되었다.
에이젠슈타인이나, 오손 웰스 등의 탁월한 영화 천재들이 영화사에 기여한 바는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겠지만, 영화사에 있어 프랑스 영화는 과히 그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거대자본이 쏠리고, 세계 각국에서 자유를 찾아 들어온 지식인 예술가들의 총합이 만들어낸 뉴욕과 엘에이가 문화와 예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유럽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문화와 문화산업은 가차없이 이동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프랑스 영화는 빛을 잃어갔고, 허리우드에 그 영광의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장 가방, 이브 몽땅, 장 폴 벨몽도, 아랑 들롱, 브리짓 바르도, 카트린 드뇌브, 최근 성추행으로 만년이 추한 드파르뒤외 등의 시대가 있었다. 미인이라는 말이 비단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님을 안다면, 미인박명하다는 말 역시 남녀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 되어야 한다. 장수하는 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이를 모두 아울러서 박명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미남미녀들, 특히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세월이 야속한 법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노화,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하고 시대로부터 떨어져나간 소외감, 이런 것들이 그들 스스로를 더 고립시킨다. 그래서 좋은 시절이 절정이었던 만큼 박명하다는 말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오래도록 기리는 것은 그들의 젊은 시절에 기대어 우리 또한 우리만의 추억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함께 한탄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나의 일이라 생각하는 감정이입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는 관객과 함께 '울고 웃고'의 생활을 하게 된다.
화무십일홍의 뒤를 따라오는 말은, 권불십년이다. 역사에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는 것은 무단히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내가 남에게 보여지는 자리에 있을 때, 잘 해봤자 본전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하라고 남들이 부추긴 것이겠지. 아니, 얼마나 잘 하는지 지금은 박수치지만, 두고 보겠다, 이런 꼴일 것이다.
말에서, 먼저 살다 간 선생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좋은 것에 대한 아쉬운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경고를 함께 붙여 놨으니, 이 아니 완벽한 경계가 아니겠는가.
프랑스영화 공부하다가, 별생각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