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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흔한 포르노에 대한 단상

by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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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책은 시대에 걸맞다…


왜냐하면, 짧다.


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쏟아 낸다. 그 말들 중에 가장 중요한-말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이 말들이 닿는 지점이 현실의 말초들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걸 건드리면, 뿌리에 가 닿는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마치 이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어제 만난 썸자(썸남과 썸녀의 합말)와 밀당하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햔실감있게, 재밌게 말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타자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바람직한 위상을 서술했다. 서양적 사고가 끊임없이, 세계를 자아와 타자의 대결로 바라보고 있는 데서 출발하고, 그것의 통합에 에로스가 기능하고, 따라서 자아와 타자의 조화와 통합(통합은 불가능한 일)을 말할 수 있다는 것.

특별한 내용도 아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 말초들을 섞어서 서술한다. 얼굴과 페이스를 구분하고, 에로스와 성적 대상화의 산물인 포르노를 구분한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이다. 어느 시대의 담론을 지금 읊어대고 있는지...


소위 MZ들에게 한병철을 디밀었을 때, 100전 100패 하리라.


아저씨, 지금 저한테 뭐라 하시는 거예요? 그랬잖아요? 지금!? 저 까시는 내용이잖아요?

어디서 도덕교과서 가부장 같은 소리를,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슬픈 일은, 그들은 이런 말들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철학적 담론의 전후 맥락에 무지한 그들에게 한병철은 실컷 혼이 난다. 이런 식으로 흥미롭지만, 뒷담화도 많이 하게 되는.... 그래서 한병철의 인기는 더 상승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책은 맞는 말만 하는 책이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은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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