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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존재론

영원의 반대편에 대한 설명

by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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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의 ‘일시적 존재론’, 그는 들뢰즈 사후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남아 있다.


이 책은 니체의 신의 죽음에 단초를 두고, 들뢰즈->스피노자->플라톤->아리스토->칸트를 넘나들면서 인간존재를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쓰고 있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중언부언이 많고, 번역 비문들로 가득 찼고, 생소한 철학 용어들로 점철되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단히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는 딱 한 가지를 유의하면 된다. 흐름, 지금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놓치면 안 된다. 그리고 한 챕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명확한 뜻을 전달하는 문장들로 되어 있는 부분을 주의 깊게 잘 읽어야 한다.


아무튼, 논지는 이렇다.


일시적 존재라는 것은, 신의 존재에 대비되는 개념인 인간의 존재를 가리킨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가 유한한 것은 당연하다. 유한한 존재의 무가치는 진리로부터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의미화되기 위해서는 영원(무한)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개체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무한 개념이다. 집합, 대응, 정신은 신체를 대상한다, 등의 개념을 도입해서 이런 모든 관계들을 수학의 함수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유한은, 무수한 개체의 반복과 재생산을 통해, 무한으로 나간다. 그래서 현세라는 이 시공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존재가 유의미해지고, 스피노자의 신과 플라톤의 이데아에 가서 닿게 된다.

이런 논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서양철학이라는 사유체계가 얼마나 허상적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그 체계는 자기 자신을 위해 완벽하게 쌓아 올린 지적체계에 지나지 않는다. 미시의 세계로 들어갈수록 분석을 해야 하고 분석은 그 세계 속에 있는 물질들의 운동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 이게 서양 철학의 본체이고, 과학이 만들어낸 문명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의 맹점은 종합이다. 왜냐하면 대상을 알기 위해 대상을 쪼개봤는데, 결국 대상의 구성요소는 알아냈지만, 정작 그 대상과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허구요, 허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선문답 속에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무엇이 당면한 현실이냐에 대한 응답도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존재론에 대한 책이 그동안 많이 번역되어 소개됐는데, 좀 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여섯 권 더 주문했다. 그만큼 이 사람의 말에 끌리는 요소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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