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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솔로몬도 풀 수 없는 매듭

by 별사탕
유대인문제에 대하여.jpg 카를 마르크스, 책세상

달포 가량, 이거 읽다 저거 읽다 했다. 영화도 이거 보다, 저거 보다 하면서 뜨뜻미지근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게으른 성격과 습성탓이다.


완결하지 못하는 것, 끝장을 보지 못하는 것은 큰 병폐다. 삶 전체가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죽기전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다. 그런 것을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가 안된 채로 골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숙제를 앞에 두고 숨이 멈췄는지 모를 일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책을 읽으면서 마르크스의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까지 왔다. 관련하여 최근 내가 본 영화는, 파르하, 뮌헨, 거리는 있지만 '플라워 킬링 문'까지(아직도 참고해야 할 영화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강탈국가.jpg

책은 '강탈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를 읽었다.



‘강탈국가’와 ‘열 가지 신화’까지가 팔레스타인편에서 본 이스라엘의 폭력과 학살의 부당함을 다루었다면, ‘유대인문제’는 보다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유대인들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다룬 내용이다.


결론을 성급히 내리자면, 이건 누구 편을 들 수 없는 문제다. 유대인들의 박해는 성경의 시대까지 거슬러 오르면 4000년에 달할 정도로 장대한 고난의 역사다. 이것이 현대에 접어들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성립되는 1948년 '나크바' 참사가 발생하면서 현대의 불행이 시작된다. 서구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에 정착하면서 팔레스타인인 70여만명을 강제로 내쫓은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그 땅에 국가가 없었으니 적법한 것이었고, 도덕적 의무감 또한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해 무주공산에서 주인행세를 했다는 것. 그러나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은 전혀 다르다. 그들에게는 그 땅이 전부이며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므로 반드시 회복해야할 고향과 같은 땅이었다. 이후 몇 차에 걸친 중동전쟁을 거쳤고, 중동은 이스라엘이 강력한 지배를 행사하는 지역으로 굳어져 갔다. 그 바탕에는 학살과 폭력이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PLO, 하마스의 요인 암살이 있었다. 물론 이스라엘 쪽에 대한 보복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 출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하마스의 하니야가 이란에서 암살당함으로써 중동에는 다시 전쟁의 피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로 하여금 이 모든 살육과 인종청소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단연 미국의 천문학적 자금 원조에 있다. 그리고 그들이 원조국인 미국의 눈치도 젖혀버릴(제껴버릴=>이게 훨씬 표현력이 좋은 어휘선택이다. '빨리' 보다 '퍼뜩'이 직관적인 단어인 것 처럼) 수 있는 이면에는 그들이 당한 다음과 같은 핍박의 역사가 있다.


1.콘스탄티노폴리스 대주교, 요한 크리소스톰

-유대인은 가롯유다와 같고, 타락한 자들이며, 영원히 죄에 빠져 헤어나지못하는 자들이며, 민족 자체를 종으로 격하시켜야한다.

-이런 사고는 토마스 아퀴나스에게로 이어짐

2.십자군원정직전

-1096년 3천명학살

-독일 타지역에 퍼져 1만명이상의 유대인이 십자군전쟁 전에 희생당함.

3.1215년-유대인복장 규정, 유대인과 성행위금지 선포

1239년-유대인서적 소각령

1267년-유대교 이단 공식발표, 각국에서 유대인 추방.

4.유덴자우(유대인암퇘지)-유대인은 더럽고 불결하다는 이미지(조각, 그림) 교회에 전시

5.블러드 라이벌(Blood Libel, 피의 비방)

-유대인이 어린아이를 잡아 피를 뽑고 그 피로 유월절 빵을 만든다는 유언비어.

-유아실종, 유아살해사건 발생시 유대인 살해

6.페스트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로 독일에서만 1000여명의 무고한 유대인이 학살되었다.

7.스페인에 유대인이 없는 이유

-가톨릭으로 개종(30여만명이 개종)하지 않은 유대인 추방

8.루터의 반유대주의

-유대인 여행금지, 성경 압수, 거주지 파괴, 교회 방화, 재산 압수, 유대인에게 육체노동 시켜라

9.드레퓌스사건(잘 알고 있는 내용)

10.포그롬

-차르 암살 배후로 지목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

-1903년 몰도바에서 유아살인사건 발생->유대인 마을 파괴 45명 살해

11.홀로코스트(말해 무엇 하리...)


이런 역사를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한 방에 정리한 것이 시오니즘이다. 순종과 비폭력으로 일관했던 그들이 일순간 삶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중동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 이 뿌리 깊은 분노는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견해는 탁월하다.(마르크스 역시 유대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있다.) 유대인의 문제를 정치, 경제적 해방의 개념으로 본 것이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에게 내재해 있다고 본 것, 그래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 즉 종교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의 문제로 본 것이다.


국가와 종교가 병립할 수 없는 근대국가관념으로 바라봤을 때, 유대인은 종교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데, 국가로부터의 해방은 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므로 유대인은 국가로부터 해방되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이스라엘은 유대교라는 종교를 버리고(청년헤겔학파의 수장 브루노 바우어의 견해) 국가를 소유함으로써(국가로부터도 해방되어), 종교로부터는 해방을 국가로부터는 자유를 얻어야 하는 이중고를 짊어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결국 유대인들은 종교를 버리지도 못했고, 국가가 그들 자본의 수발이 되어 버린 기괴한 봉건 가족집단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오늘날의 이스라엘이다. 결국종교로부터의 해방도, 국가로부터의 해방도 얻지 못하는 자본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을 문제로 파악했다. 이 문제의 출로 또한 바로 이 지점이어야 한다고 마르크스는 예견한 것이다.

(202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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