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새로운 개념
이상희교수의 유투브강의를 듣다가 읽게 된 책이다.
과거엔 생물의 진화를 나무그림으로 나타내 '계통수'라고 불렀다. 이제는 '나무'가 아니라 '강'으로 설명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계통수(물수)이거나, '계통류'이거나 '계통강'이라는 용어가 쓰여야 할 것이다. 본류(본가지)로부터 갈라져 나온 지류(잔가지)가, 즉 지류와 지류까리는 만날 수 없는 나무에 반해 강은 지류와 지류가 만나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호모사피엔스 한 종이 변치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니라 여러 고인류가 뒤섞여 교류하며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새로운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라는 개념 역시 무엇을 목적으로, 그 목적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운명론적 과정) 우연과 자연선택이라는 환경적 과정이 만든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의 삶 역시 어떤 목적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의하는 바이다.
인류의 진화를 통해 그 기원에까지 이야기하고자 했는데,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딱 그 지점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서 기원에 관한 책이 또 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등의 인류의 조상과 같은 계통으로 짐작하는 생물종을 '호미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세계 각지에서 발굴된 인류의 조상화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대를 측정하고 그들끼리의 계통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발굴 작업은 인류의 최초 조상이 어디에 살았는지에 대한 조사연구로 이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아시아 기원설이, 다윈이 '인류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아프리카기원설을 주장하면서, 아프리카기원설이 1960년대 이후 정설로 굳어졌다.
다윈은 고릴라와 침팬치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리카기원설이 나오게 되었고, 이는 유럽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을 설명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네델란드의 뒤부아는 동남아의 긴팔원숭이와 오랑우탄이 인간과 가까운 종이라고 생각하고 자바원인 발굴에 성공했다. 이는 중앙아시아 초원지역을 인류의 기원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북경의 용골산에서 북경원인을 발굴해내게 된다. 이들 원인들이 호모에렉투스들이었던 것으로, 아프리카의 고인류 화석과 같은 연대로 측정되었다.
이렇게 인류의 기원에 관한 관점은 대단히 정치적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자신의 피부색과 종별 차별성을 바탕으로 우월성을 내세우는 정략적인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
최근 다시 아시아기원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는 주로 이북에서 고인류 화석을 발견했다. 북한의 단군릉과 같은 발굴 자료를 보면 연대측정법을 부정확한 방법을 사용했고, 금관을 비롯한 부장물을 봤을 때 고구려 유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반도는 지금의 중국대륙과 육지로 한 덩어리였던 지역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화산재에 녹아 붙은 고인류의 화석이 발견됐다. 함경도에서 발굴된 '화대'사람이 그것. 화석 뼈를 채취해서 유전자 검사를 하고, 탄소연대측정법 잔류산소측정법 등의 연대측정법을 사용하여 결과를 예측한다. 이제 유전자 검사기술이 발전하여 흙 자체를 검사해서 생물의 유전자를 채취 검사 가능하다고 하니, 화석을 발견하지 않아도 인류의 삶을 추정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3D스캔 기술이 발전하여 지하에 매설된 화석을 조사해 낼 수 있고, 특히 용암에 뒤덮인 화석을 스캔방법으로 재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조상이나 민족의 개념 역시 정치적인 개념으로 1920년대 식민지인들이 제국주의에 대항해 만들어 낸 개념이라는 것이다. 근대개념이 생겨나고, 계몽의 시대를 거치면서 자아에 대한 인식이 서고, 민족 개념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촉발된 인류의 진화 개념은 인류의 기원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