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연결고리들
프랑스에 아마도, 오픈 작가 홈페이지가 있나 보다, 그 이름은 몽베스트셀러. 아마추어들이 글을 쓰고, 독자층을 형성하면 출판으로까지 이어지는 그런 사이트인가 본데, 운영자 입장에선 밑질 게 없는, 유익한 사이트운영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이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니, 1차 시험을 거친 셈.
하여튼, 이 책이 그런 경로를 통해 세상에 나온 작가가 쓴 소설이다. 프랑스를 소재로 한(프랑스인이 쓴) 책들을 읽으면서 누적되는 느낌은,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그런 걸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로 묶을 수 있다면 그런 방면에서 한국인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2000년 이후, 최근 20년간에 걸친 한국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전통의 맥락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아니므로 지금의 한국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변할 수 없는 그 특유의 정서가 빼닮은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 가운데, 프랑스인과 한국인의 분명한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그 차이를 간단히 말하자면 생활철학의 존재 여부다. 그들의 삶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조각들은 인간의 근원적 존재 이유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것은 그들의 입을 통해 재현되고 공유되며, 종국에 그것은 커다란 테두리를 형성하며 그들 집단을 존재하게 하고 지켜준다. 한국인들에게는 그런 공유철학이 없다. 이걸 (철학적) 상식이라고 한다면,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상식이 없다는 뜻이 된다. 철학적 상식이 없다는 건 서로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로지 현실과 현실이 맞붙어 사는 현실의 장만이 크게 마련되어 있는 사회다.
한국에서는, 한국인들은, 극악한 생활고의 비명, 에너지의 총량을 먹고사는 문제에 맞춰놓고 고군분투하는 사활을 건 생활, 나(크게는 우리 편)를 넘어서지 못하는 감각의 한계, 이런 것들이 생존을 넘어서 생명을 위협한다. 오히려 외국인들은 이것을 한국인의 역동성이라고 표현하지만…, 글쎄…!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매달려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분실된 소설원고, 그것의 주인을 찾고자, 30년 전에 분실된 원고가 어떤 경로를 거쳐 다시 작가의 손에 돌아오게 된 것인지, 그 여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단지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프랑스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면, 인간, 그들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 숨겨진 진짜 감정(유독 프랑스인들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 쪽으로 나가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의 행복감, 인간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유대와 연대의식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영화들이 가진 주제들이 주로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폭력과 성을 묘사하지 않으면 그림이 안 된다는 한국영화의 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삶에서 단 하나의 생명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한국인이 해야 할 이야기 역시 멀리,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는 것, 소소한 우리의 일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대가 이제는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큰 무리 없이 설렁설렁 끝까지 읽을 수 있다. 빠르면 하루 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