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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광기가 역사라면, 순간의 선택을 우연이라 말한다

by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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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휴머니스트, 안인희 역


말로만 듣고 흘려보냈던 이 책을 이제 읽었다. 명성 만큼이나 대단한 책은 아닌 것이, 이런 류의 책들이 그사이 이미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멀게는 류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이런 류에 속한다.


다만, 그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사형장에서의 구사일생 일화는 구사일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후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신세계를 묘사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살 만하다. 마호멧에 의해 비잔틴 세계가 시작이 된다거나,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한 최초의 유럽인이라거나 하는 데서부터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작곡자 루제 드 릴의 이야기까지 큰 사건에서부터 사소한 장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하며 역사는 결코 필연적 인과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연적 사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레닌이 망명지 스위스에서 돌아오는 과정이 세계사의 한 획을 긋고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알리는 결정적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지금 선택하는 사소한 저녁 식사 메뉴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크게 틀어버릴 수도 있는 큰 이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연한 사건들로 점철된 역사의 연장선에서, 나에게 세상은 우연히 던져진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해 나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잔혹할 수 있겠지만, 혹은 그 반대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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