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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뇌가 말하는 프로그램, 나

by 별사탕 Jan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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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아난타스와미, 변지영 역, 더퀘스트아닐 아난타스와미, 변지영 역, 더퀘스트


오랫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알게 되면 희열을 느낀다. 나, 자아에 대한 해석이 그렇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인간은 인식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정신병리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사례 중심으로 해설한 책이다. 이 과정에서 신박한 병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BIID(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신체절단 애호증-가 발생하는 이유는 뇌지도가 잘못 그려졌다는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우리는 흔히 환각지(Phantom Limb)에 대한 지식은 일반화되어 있어 상식이 되어 있다. 잘린 손가락에 대한 감각을 느낀다는 환자의 이야기다. BIID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즉, 기관이 있는데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 이 병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로 인해, 태국과 같은 나라에서 트랜스젠더 수술이 합법화되어 있는 것처럼, 많은 BIID환자가 수술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운동을 통해 뇌가 인지하고 그에 따른 신호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인간은 온전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감각기관은 있지만 그 감각기관에 연결된 뇌의 특정 부위가 없는 것(뇌에 등록이 되었을 수도...)이 BIID의 핵심이다. 그래서 환자는 그걸 잘라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신체기관이 아니라는 강박으로 평생을 살게 되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릴 때부터 성적정체성을 스스로 의심해 온 자가 끝내 수술대 위에 눕게 되는 과정과도 같다. 그들에게 수술은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겪으며 살아온 삶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준다.

뇌와 신체 부위의 연결은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신체가 사고로 인해 절단된 사람이 그 부위와 연결된 뇌의 특정 부위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점점 그 부위에 대한 감각상실을 인지하게 되어 현실화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 영역이 시간이 가면서 다른 영역과 연결된다는 것, 즉, 눈을 상실한 사람이 촉각 후각이 발달하게 되는 것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신체와 뇌의 연결을 통해 자기 인식, 즉 주체적 자아, 자기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걸 우리는 '자아'라고 부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글쓰기가, 내가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자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아 개념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그중에, 서사적 자아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자기를 설명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설명된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그것,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 즉 '자아'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몇 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즉, 기억이 없는 그 몇 살 이전은 아직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뇌가 서사를 축적할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전 기억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BIID의 사례처럼, 우리의 뇌가 아직 완성되기 전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 또한 저급한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이 고급한 상태로 발달하게 되면(기억을 가지게 되면) 이야기가 쌓이게 되면서, 우리는 서사 가능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상태, 서사적 자아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럼, 그 이전에는 자아가 없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원초적 자아 생래적 자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 생래적 자아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 생기는 자아 기초에 해당한다. 각 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적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뇌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전기신호의 교환을 통해 우리는 존재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조현병은, 이 자아가 분리되는 것,  자기 감각의 상실을 의미한다. 내 살을 내가 간질이면 그걸 잘 못 느끼는 것(타인이 간질이는 것에 비해) 그건 자기 방어적 수단으로 우리 몸에 이미 장치되어 있는 장착기제인데(자기 발생적 감각 억제), 이게 무너지면, 내가 내 살을 간질어도 남이 간질인 것과 같이 자지러진다는 것, 이렇게 되면 내가 나를 인식하는 기제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가 되는데, 이게 조현병발현의 기초 이론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과다 자기 반영'이 시작되는 것이다. 뇌의 시냅시스가 과다하게 접속되어 정상인 보다 더 활발하게 뇌의 반응이 일어나는 단계에 이르면 청각을 맡은 부분과도 과도한 연결이 발생, 실재와 같은 환청을 듣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가설이며, 꾸준히 사례를 통해 증명해 나가고 있는 과정인 듯하다. 정신병적 증상들을 열거 설명하면서 자아감, 인식주체와 연결한다. 그래서 거기에서 자아의 존재를 발견해 나간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에 의하면, 원형적 자아 protoself가 출현하고 이에 따른 핵심적 자아 core self가 나타난 후 자전적 자아가 생성된다고 한다. 원형적 자아는 내장기관과 같은 고형적이고 실체가 분명한 형태를 가진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이로부터 몸에서 발생하는 감정, 즉 원초적 감정이 생겨난다. 이 원초적 감정이 자기감 self sence을 만들어 내고 주체성을 가진 자아로 발전한다. 신체기관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는 이 원형적 자아는 외부와 접촉을 하며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핵심적 자아를 만든다. 이것이 전술한 바 있는 이야기 자아, 자전적 자아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좀 중언부언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사례(스토리) 중심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과와 연결하니 일목요연한 이해가 뒤따른다. 

결국 인간은 살아서 생각하는 '기계'라는 데 거의 99% 공감한다. 나머지 1%는 내가 모르는 영역과 가능성을 위해 비워둔 것이다.(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필독을 권한다. 나를 이해하고, 공공의 적인 또 다른 나-타인-를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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