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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저버릴 수 없는 고뇌

by 별사탕
고양이를 버리다.jpg

하루끼 소설을 끊은 지 오래되었는데...... 그것은 마치 내가 장정일을 끊은지 오래인것과 유사하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쓴 책을 읽었다.


사실 하루끼는 장정일을 포함한 하루끼 키드를 만들어낸 한국문학의 중대한 변곡점 역할을 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표현과 소재를 제공한 공여, 기여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작품에 간혹, 일제 침략 전쟁이 벌어졌던 때의 만주 쪽의 전투(내 기억이 맞다면, 노몬한 전투)가 묘사(언급)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험들은 모두 그의 아버지 세대의 경험들이라, 하루끼의 아버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하루끼는 극도로 가족을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하는 삶(글쓰기)을 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특별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고, 나름 가족사를 정리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은 '많이 빈약하다'가 적당할 듯하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하루끼가 가지고 있었던, 혹은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부채를, 이 한 권으로 탕감하고 싶은 마음이 이런 글을 쓰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부채가 뭔가, 아버지가 침략전쟁 당시 전범자라는 의심을 사게 했다는 추측을 일소하기 위한 나름의 목적이 있는 아버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건, 하루끼 개인의 부채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사에 대한 부채의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가령 그 한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그 무언가로 환치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pp.94-95)


일본식 사고, 군국주의적 발상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아니면, 노벨상을 위한 여론조성용 미화작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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