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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찰팀, 북콤마, 2022 2판 6쇄

by 별사탕

아무거나 꺼내 읽었는데, 읽고 보니 재미있어 2권을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는 책...


이책은 우리가 잘몰랐던 경찰들의 세계를 알수 있게 해준다. 또한 범죄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지역 경찰서는 지역의 사건만을 맡아 기한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미제로 남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광수대는 관할을 초월하여 하나의 사건에 매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지역별 경찰서에 소속된 프로파일러(군대로 치면 사단 직할 같은 개념)는 사건이 터지면 파견의 형태로 지역을 넘나들며 지원을 나간다.

CSI드라마처럼 채취한 지문을 컴퓨터에 넣으면 슬롯머신처럼 화면이 슬라이딩하며 일치하는 지문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찾아낸 유사지문이 6, 70개씩 나오면 이걸 가지고 일일이 사람이 비교대조하며 수동으로 찾아낸다는 것.

크리임스탯(CrimeStat)이라는 미국 수사 프로그램은 지리정보를 활용하여 범죄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범인의 주거지, 예측되는 다음 범행 지역 및 장소까지 지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사용에 있어 복잡하고 비실용적인 면이 있어, 한국의 방대한 범죄 데이터 자료가 입력되어 있는 형사 사법정보 시스템(KICS)괴 지리 정보 시스템(GIS)을 적용시켜 지오프로스(GEOPROS)를 만들어 현장에 보급해서 사용 중이라는 것

이러한 경찰관련 최신 자료와 정보, 도구들이 실제로 사건에 어떻게 활용되고 적용되었는지 사건을 중심으로 신문 사회면의 취재 기사처럼 쓴 책이다.


어릴 때는 괴도 루팡, 일지매, 임꺽정 등 사회적으로 사고를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 좋아했다. 명탐정 홈즈 같은 이야기는 발생한 사건의 기괴함이 주는 비틀린 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에 오면 범죄는 그 과정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미학적이기까지하다.

서양에는 로빈 훗이 있었고, 우리나라엔 홍길동이 있었지 않았나. 둘 다 도적이다. 이렇게 사회성을 띠는 범죄자가 있나 하면, 알 수 없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유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사회성을 띠었던 범죄유형들이 개인적 이상 심리 현상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든 범죄를 막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스릴이라는 재미와 범죄 후의 삶에 대한 교훈을 준다. 허구가 뒤섞였던 이런 이야기들이 커서는 현실로 정착한다. 연쇄살인마들의 이야기, 미국 FBI에서 활약한 최초의 프로파일러들이 이야기 등 범죄는 현실을 초월해서 다시 현실에 내려앉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대중들 앞에서 다룰 때,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그래야만 사회 상규상 용납되기 때문일 것이다.

양들의 침묵 마지막 장면을 보자. 렉터가 군중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엔딩은 섬뜩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저런 사람이 우리 속에 같이 섞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찌 보면, 우리 자신이 한니발 렉터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범죄 관련 이야기들을 읽으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인간에게는 감정을 넘어서는 야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명사회 이전의 사회, 무법한 사회에서 횡행한 각종 범죄와 살인은 인간의 동물성, 야수성의 근원을 말한다. 이는 모두 동물로서의 생존이 궁극의 목적이었을 동물로서의 인간의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 인간은 그로부터 벗어났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슴에 못질하듯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속에는 동물들이 있는데, 문제는 그 동물들이 이제 진화 발전해서 랙터박사와 같은 전문가로 등장한다는 것이 우리를 무섭게 만든다. 반인반수들의 집단 속에 우리들은 있다.


기획이 잘된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은 보통 흥미를 유발하는 선에서 선정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표현으로 가득 채웠을 텐데, 기자들 답게 객관적 시각, 드라마적 이야기 서술방식을 통해 사건을 사실에 중점을 두고 바라보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각 사건마다 같은 틀을 제공한다. '이야기->사건 그림기사(픽토그램)->사건 개요 일지-> 평가'의 순으로 편집하여 마치 (사례 중심의)'범죄학 개론'을 강의하기 위한 교과서와 같은 느낌의 편집을 보는 기분이다. 관련 정보와 현장 취재 시각자료 등을 첨부하여 사실에 대한 근거와 지식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기획에 성공했다는 뜻이며 다른 유사종의 출판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범죄의 특성과 관련하여, 분명한 사실 하나를 알게 한다. 지식과 교양, 학벌과 지위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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