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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걸즈

정말로 스윙만 있는 걸즈

by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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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야구치 시노부

각본 야구치 준코, 야구치 시노부

제작 카메야마 치히로, 시마타니 요시나리, 모리 류이치

촬영 시바누시 다카히데

편집 미야지마 류지

음악 미키 요시노, 키시모토 히로시

출연 우에노 주리, 히라오카 유타, 칸지야 시호리, 모토카리야 유이카, 토요시마 유카리, 타케나카 나오토

장르 코미디, 하이틴, 음악

개봉일 2006년 3월 23일, 2025년 3월 26일

상영 시간 103분

국내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0년 만에 재개봉된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드는 의문은 두 가지다.


스윙을 알고 만든 영화인가

아프리카 흑인음악에서 유래한 재즈는 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로 미국 대중음악사의 시작을 알리는 장르다. 여기서 나온 백인들의 음악이 스윙인데, 실제로 스윙은 6.25 전쟁 후 우리나라 미군부대의 장교 클럽에서도 즐겨 듣던 소위 고상한(흑인들의 음악에 대비한) 댄스뮤직이었다. 루지애나 시카고를 거쳐 뉴욕에 진출한 흑인들의 음악이 백인들의 장르를 만들었고, 그게 한국에 까지 전파된 현실을 보면 음악은 흐르는 물보다 더 빨리 세계를 통하게 만든다.

이런 유래를 가진 스윙이 일본에 들어갔다면? 삶의 애환과 관계없는 생활의 애환을 겪는 청소년들(정확히는 여름방학 수학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는 뒤떨어진 여자 아이들)을 움직이는 음악으로 탈바꿈한다. 보충수업에서 벗어나고자 한 단순한 동기는 수학선생이 짝사랑하는 음악선생이 근무하는 음악실로 매일 한 장씩 재즈음반을 넣어주는 일과 연결된다. 누군가가 남몰래 하는 사랑이 밴드, 음악, 스윙재즈에 대한 사랑으로 비약되는 것이다. 전혀 뜻하지 않은 숨은 동기, 니들이 재즈를 알어? 니들이 스윙을 알어?


수학선생은 왜 지휘권을 포기하는가

이론적으로는 전문가이지만, 연주에는 지질한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 수학선생. 어쩌다 아이들에게 스윙을 가르치는 비밀교사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타케나카, 그가 등장하면서 어쩌면 이 극은 코미디에 갇혀버린다.

그가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단지 귀명창에 지나지 않는 스윙 애호가이며, 거기에 초보를 벗어나지 못한 연주 실력을 가진 것을 학생에게 들키는 것, 즉 그의 실체가 드러나고 마는 것이 밴드의 지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로 만든다. 일본인들의 마음속 양심의 발로다. 어물쩍 넘어갈 수는 있어도 사실을 덮을 수는 없는, 거짓말하지 못하는 성격. 그래서 밴드의 참가무대에는 지휘자가 없다.

결국 선착순 선발된 청소년음악제 참가자격은 폭설로 참가하지 못한 학교를 대신하여 참가권을 얻게 되는데, 그들은 올 수 있는 곳을 다른 학교는 왜 오지 못한 것인지, 그렇게 참가가 불안전한 지역에 동네사람들과 친구들은 만석을 이룰 정도로 가득 찬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 없이 엉성한 스토리구조를 가진 것과 동궤를 이룬다.


흑인들의 소울을 변용해 댄스 유흥으로 변질시켜 버린 미국백인들에게나, 21세기에 그걸 다시 리메이크하면서 오락으로 전락시킨 일본인들에게, 다시 그들의 음악이 업신여김 당했다고 비난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들 배우들과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들라면,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올 동안 고작 3개월 연습한 그들의 실력으로 관악기들로 구성된 빅 밴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점, 그것도 수준급으로 연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은 스윙에 환장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프로젝트로서의 영화제작이었다는 점에 관객으로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아무 것도 끝내지 않는다

이 장면을 위해 이렇게 먼 여정을 달려왔다는 것,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연주하는 스윙걸즈의 연주장면이 대미를 이루며 스톱모션된다. 멈춤 화으로 선 그녀가 주인공인가? 어떤 역할을 했기에 중심인물을 꿰차게 되었나? 수학선생과 음악선생은 잘 될 것이다, 야구부 양아치 남자아이들과 밴드 기타들과의 관계도 잘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갈등이 더 있었는지, 우에노는 히라오카나 야구부주장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게 되는지, 모든 사건들은 뜨뜻미지근하다. 역경도, 극복도, 극단적 감정의 기복도 없다. 백인들의 스윙처럼 말이다.

그런데, 왜 걸즈인 것일까?


귀에 익은 그때의 노래와 연주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Take the "A" Train', 'coming through the rye', 'Make Her Mine', 'In The Mood', 'Moonlight Serenade', 'Mexican Flyer', 'Sing Sing 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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