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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by 별사탕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스릴러, 사회고발

감독 연상호

각본 원작 연상호 그래픽노블 《얼굴》

제작 양유민

촬영 표상우

미술 이목원

편집 박주애

출연 박정민(젊은 임영규 역, 아들 임동환 역), 권해효(늙은 임영규 역), 신현빈(정영희 역), 임성재 (젊은 백주상 역), 한지현(김수진 역) 외

촬영 기간 2024년 7월 27일 ~ 2024년 8월

제작사 와우포인트

개봉일 2025년 9월 11일

상영 시간 103분 (1시간 42분 52초)

제작비 2억 원

대한민국 총 관객 수 1,018,106명 (2025년 10월 6일 기준)

상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연상호의 작품은 흥행성적이 좋다. 재미있다는 얘기다. 재미가 단순한 오락적 의미의 재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성도 있어 적절하게 흥행과 작품성을 안배하고 있다. 그래서 더 끌린다. 일부러 보러 가지 않아도 본 작품이 많다. 사이비(2013), 부산행(2016), 염력(2017), 지옥(2021)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시야에 걸린다.

연상호의 특이한 점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에 나와 영화 드라마로 까지 진출해서 깐느 영화제를 들락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그의 이력이 만화와 영화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게 만들고 있다. '얼굴' 또한 그의 만화가 원작이다.


그리고 죄다 자기 스토리다. 그 자신이 원작 크리에이터란 얘기다. 가구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쪽 세계에서의 표절은 원본의 70%까지는 허용한다는 얘기. 가구의 종류에 따라 베끼기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한마디로 놀랐다. 생각해보자. 그럼 영화감독은? 특히 원작이 있는 스토리를 제작하는 감독은? 판권을 사들이고, 맘껏 작품을 해부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작이란 남의 생각이다. 장인의 수준에 오른 감독들 역시 그런 작업방식을 쓴다. 이렇게 하면 창작인가?

여기에 대한 물음에 연상호만이 자유롭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의 지난한 과정은 그만큼 이 쪽 세계에서는 드문 일인 것이다. 연상호의 작품에 기대를 거는 마음은 그의 창작물에 기대를 거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의 소재는 우리의 감성과 현실에 매우 친화적이다. 훗날 그가 이룩한 작업을 아카이빙하면 독특한 한국적 소재들이 어떻게 세계화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영희는 못 생겨서 똥걸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공장다니는 아가씨다. 그녀의 외모는 공장 인근에 파다하게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그녀를 절세미인이라고 주변사람들이 임영규를 속인다. 임영규는 도장파는 소경이다. 그의 도장을 신기하게 생각한 정영희가 첫손님이었고, 둘은 임영규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한다.

공장 사장 백주상이 정영희의 사수 재봉사를 성폭행하고 이를 재봉사가 정영희에게 털어놓는다. 뜻밖에도 정영희는 마치 구명운동 하듯 자신의 자수가 억울한 퇴사를 당한 것에 대해 항명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과 모멸이었다. 거기에 남편 임영규까지 백주상의 협박에 시달린다.

백주상의 사주로 동네 깡패들이 정영희를 린치하기 위해 들이 닥친 자리, 소경인 임영규의 만류는 소용 없는 짓이었다. 그 후 의문사한 정영희의 소문만 무성하게 돌았다. 개발로 파헤친 땅속에서 정영희의 시체가 발견되고 모든 사건은 과거속에 묻혀 있었다. 백주상에게 살인자의 화살이 모아지지만, 오히려 백주상은 임영규가 죽인 거라는 진실을 말하면서 관련자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이 드러난다. 임영규가 그의 아내 정영희를 죽인 것. 그 버려진 시체를 청부 깡패들이 적절한 장소로 옮겨 묻은 것이다.


이런 줄거리다. 사건이 예상했던 결말을 뒤집는 반전을 가져 온다. 단순한 구성적 재미라기 보다, 일종의 충격요법의 효과를 사용했다. 흔한 결말처리방식이다. 그러나, 임영규의 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인간이, 자신의 후천적 장애인 시각 장애로 인해,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집단적으로, 공모한 듯이 입을 맞춘, 철저히 속여 넘긴 거짓말에 의해, 속았다는 그 감정. 이것은 단지 하나의 거짓말에 잠깐 속아서 서로 박장대소하는 그런 거짓말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속여넘긴 거짓말, 어쩌면 한 사람의 일생을 파멸에 이르게 한 거짓말일 수 있다. 임영규는 진짜, '병신' 취급을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영희. 그녀는 얼굴로 고통을 받는 존재다. 온 공장과 주변 온 상인들이 그녀의 얼굴을 못생긴 차원을 넘어 '괴물'이라고까지 말한다. 사지 멀쩡한 한 사람이 얼굴 하나로 모멸과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임영규에게 자존심이 있었던 것처럼, 정영희에게는 정의심이 있었다. 결국 이 스토리는 자존심이 정의심을 박살 내버린 이야기다.

살아남은 자존심은 평생을 살인자로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다. 집단의 폭력, 그것이 얼마나 심각하게 개인과 가정을 말살 시키는지 보여준다. 전체주의의 폭력은 역사가 증언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제의 난징학살, 이스라엘의 나크바 등등 인류가 저지른 집단에 의한 집단학살은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집단이 하나의 장애에 보여준 매너, 집단이 하나의 얼굴에 보여준 태도는 그 속에 어울려 살고 있는 우리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든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정영희의 사진을 보면서, 관객은 되묻는다.


저 얼굴이?


정영희의 얼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있는 그런 평범한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이다. 하지만 역시, 뭔가 살짝 모자른 그것이 뭘까 생각해 본다. 감독도 아마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럼,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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