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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걸

by 별사탕

장르 에로틱 스릴러, 드라마

감독 각본 핼리너 레인

주연 니콜 키드먼(로미 역) 해리스 디킨슨(사무엘 역) 소피 와일드(에즈므 역)

안토니오 반데라스(제이콥 역) 에스더 맥그리거(이사벨 역)

촬영 재스퍼 울프

편집 매튜 하냄

음악 크리스토발 타피아 드 비엘

미술 스티븐 H. 카터

와이엇 투조

촬영 기간 2023년 12월 ~ 2024년 3월

제작사 A24 2AM 맨 업 필름스

배급사 A24 메가박스 중앙, 올랄라스토리

개봉일 미국 2024년 12월 25일 한국 2025년 10월 29일

화면비 2.00 : 1

상영 시간 115분 (1시간 54분 52초)

제작비 2000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64,601,200

북미 박스오피스 $28,196,732

상영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수상

2024.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2024. 제96회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 올해의 TOP 10 영화, 여우주연상



욕망은 늘,

숨어있다. 잠자던 것을 흔들어 깨우듯 그 때마다 그것은 눈을 뜬다. 그리곤 소용돌이에 휩쓸려 주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내면의 어떤 무엇이 새로운 세계를 만나 폭발한다. 그것은 존재를 일순간에 파괴한다. 그래서 욕망은 깨어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좋을 때도 있다. 그것이 분출하는 힘의 종착점은 언제나 파괴에 있기 때문이다.


로미는 유통의 판을 뒤집어 놓을 만큼 로봇기술을 시장에 접목시켜 성공한 여성 사업가다. 그녀의 앞날은 탄탄대로다. 거기에 살가운 자식들과 명망있는 연출가 남편까지 모든 게 제자리에 있고, 안정된 행복 속에 자기 자리까지 더 빛나게 하는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그녀는 자신과 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만한 계획을 가진 떠오르는 여성지도자가 될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것, 깊은 곳에 숨겨진 성적 쾌락이라는 욕망의 스위치를 누군가 눌러 주었으면 좋겠다는 벨보이다.


남편과의 정사는 늘,

가뭄 끝에 결국 내리지 않는 비를 원망하는 심정처럼 로미는 간절하다. 남편과의 정사직후 달려간 방에서 남편 몰래 켠 포르노 영상은 자신이 즐겨 찾았던 루틴처럼 보인다. 화면에서 아빠가 딸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터부 씬이 펼쳐진다. 아빠의 목소리에 로미는 절정에 이른다.


good, good girl, babygirl.


로미는 자신이 대표로 성공하기까지 수 없이 많은 결정을 했고, 거기에 따르는 많은 직원들을 통솔하고 있다. 그런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누구로부터 통제당하고 지배당하고 싶은 '수동성'이 내면에 불만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로미의 숨겨진 욕망이다. 사회적 지배자가 된 여성이 본능적 피지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그녀 스스로 충돌하는 모순을 느낀다. 사회적 인격과 태생적 본능의 충돌.


인턴사원 사무엘이 사나운 개를 제압하듯,

로미를 제압하고 통제하려 한다. 로미의 사회적 인격은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내지만, 그녀의 안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강렬한 욕구불만이 들끓는다. 어린 애송이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로미의 캐릭터가 아니다. 여성 지도자로서 사방을 휘어잡고 진두지휘해 나가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어야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그녀의 내면은 벌써 그의 구두 아래 무릎 꿇고 싶어진다. submission. 강한 힘과 권위 앞에 불안과 두려움은 복종한다. 반대로 복종이 상대로 하여금 강한 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sub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정과 신뢰 안에서 배려받고 사랑받는다. 이 두 가지, 복종과 권위, 지배와 피지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충돌하는 감정은, 하나가 완전히 자신을 버려야만 또 다른 하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굴종으로 시작해서, 완전 무결한 복종으로 정착되면 무한 신뢰의 축복을 받게 된다. 그분은 나를 보호해 주고 아껴주는 존재, 이것은 종교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그래서, 로미의 어릴 적 종교체험은 그녀의 욕망을 구성하는 핵심적 잠재요인으로 작동한다.


남편과 19년을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은,

오르가슴이었다. 그것의 정체가 사무엘로부터 드러난다. 이제 로미는 사무엘의 통제권에 놓인다. 뭔지 모를, 정체 모를 그것이 자기 속에서 깨어나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엘이 새로 사귀는 애인 에즈므에 대한 질투, 남편에 대한 죄책감, 그러면서도 사무엘을 자신만이 독점하고 싶은, 아니 그에게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고 싶은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자신만의 Babygirl이 손상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보여주기 딱 좋은 소재에서,

배우 니콜은 충분히 늙어 있다. 새파란 애인을 만나며 회춘하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드는 망가진 외모를 잘 보여준다. 노란 머리는 윤기가 전혀 없고, 피부는 푸석거린다. 보톡스를 맞아야 하고, 적외선 전신 피부관리를 해야 한다. 아이즈 와이드셧과는 시간적 괴리감이 많이 있다. 이미 노화는 전신에 퍼져있고, 니콜은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와 등가다.

그래서 영화는 기대한 만큼의 흥분도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소재주의가 주는 먹고 들어가는 그림에도 실패했고, 지배와 복종이라는 도착적 기제를 탐구하는 깊이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추악한 사회는 여실히,

드러난다. 사무엘의 협박, 회사 이사의 협박은 이 드라마를 저급한 통속극으로 추락시킨다. 사무엘이 쥐고 있는 관계의 전권은 로미에게는 쥐약 같은 무기다. 지배와 피지배가 만들어낸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뢰는 그런 식으로 저급하게 이용해 먹는 생명줄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권위는 존재 자체로 권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사도 사무엘도 그리고 사무엘의 새로운 애인 에즈므도 모두 로미의 부적절한 관계를 무기로 쥐고 있으니.


로미의 사회적 인격은,

정면돌파하는 쪽을 선택한다. 남편에게 사실을 알리고, 별거하지만 사무엘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딸아이의 간청은 로미에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힘을 준다. 뜻밖에도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은 로미의 비서 에즈미에게서 나온다.

수동적이고, 복종적이며, 주어진 아버지의 세계에서 만족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성격과 취향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로미를 바라보는 일개미들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로미는 여왕벌이다. 일개미들은 자신들의 분신이 거대한 개미탑의 정점에서 멋지게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미 로미는 사회적 인격으로 재탄생될 시점에 와 있었던 것. 비상과 추락의 기로.

그래서, 남편이 분노 뒤에 보여주는 묵묵부답은 로미가 돌아갈 여지를 준다.


남편과의 관계는 회복되었고,

이별을 고했던 메리가 자신을 용서했다며 딸 이자벨도 제자리에 돌아왔고, 일본으로 갔다는 사무엘에게서 공간적 거리를 둔 로미 자신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상처는 봉합되면서 가정을 파괴할 그 어떤 대상도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남편 제이콥이 Dominance의 자리에 오르며 그들의 위상은 새로운 역할로 제자리를 잡아 가는 듯 보인다.

침실에서만은 욕망이 꿈틀대는 방향이고 싶은 로미, 과연 그녀는 사무엘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을까. 사실, 아무 것도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다! 가짜 욕망으로 덮어버린 봉합은 일시적 미봉에 지나지 않는다. 못 다한 진짜 이야기를 만날 속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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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