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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12. 2024

나의 사소한 슬픔

캐주얼한 일상의 일

          

감독 : 마이클 맥고안

원작 : All my puny sorrows, Miriam Toews

배우 : 알리슨 필(동생 욜리, 소설가), 사라 가돈(언니 엘프, 피아니스트), 메어 위닝햄, 에이비베스 맥널티

제작 : 타일러 르바인, 마이클 맥고완, 패트리스 테루스

촬영 : 다니엘 그랜트

개봉 : 2023년 6월 14일

상영시간 : 103분     


<배우포인트> 언니와 동생이 너무 안 닮아서 깨는데, 안 닮은 것이 사실은 내용상의 포인트다.

      

 아버지가 죽고, 언니가 죽으려고 한다.  결국 언니도 죽는다. 그들은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도, 언니가 자살한 이유도 모른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원래 가족의 수는 20여 명이었다. 그런데 모두 죽고 영화에 등장하는 식구가 전부다. 그래서 이 가족에겐 마치 자살이 유전이며, 일종의 질환임을 암시한다.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연상시킨다.

  이모도 심장병 발병 이후 장기의 건강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죽는다. 이런 식으로 주인공 욜리 주변 인물들은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하며 사라진다. 제목 '사소하다'는 것은 작아서 연약하다는 것, 죽음에 대해 '대항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가족에게 생명은, 커다란 이 우주의 운행에 비해, 혹은 신의 섭리에 비해 너무나 사소하게 작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잘 따지고 보면, 이들 가족의 비극은 사실,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조금 짧은가 긴가의 문제이지, 큰 종교적 섭리나, 무한한 우주의 운행에 비하면 인간의 생명이란 지극히 짧고 사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삶의 조건, 즉 어쩌지 못하는 조건인 한계상황에 대한 인식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끝난다.

  소설가가 주인공이며 서술자인, 소설가 영화다. 삶의 조건이 그러할지라도, 인간은 그 조건의 테두리에서 살아나가야 할 존재라는 상호 비타협적 대립 조건을 타고난 비극적 존재이다. 살기 위해 살아가는데, 결국 죽는다는 결말을 안고 살아가는 모순된 존재. 인간의 조건에 대해 원초적 질문을 던지는, 오래 묵혀놓은 과제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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