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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14. 2024

끝없음에 관하여

십삼인의 아해

                  

감독

감독  로이 안데르손

제작  Roy Andersson Film Produktion (Pernilla Sandström, Johan Carlsson)

         Essential Films (Philippe Bober)
         4 1⁄2 Fiksjon (Håkon Øverås)

촬영  Gergely Pelos

출연  Jan-Eje Ferling, Martin Serner, Bengt Bergius, Tatiana Delaunay, Anders Hellström, 

         Thore Flygel

사운드 Robert Hefter

제작사  Studio 24

수입사  찬란

배급사  찬란

개봉인  2019년 9월 3일2020년 7월 12일, 2021년 12월 16일

화면비  1.85 : 1

상영시간  76분

상영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첫 장면,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 남녀가 성장을 하고 누워있다.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끌어 안고 누워, 구름 가득한 하늘을 천천히 움직여나가며 지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마치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외로운 인간들이다. 한 몸과도 같은 남녀의 모습, 단절된 하나의 세계, 가슴이 먹먹해지는 첫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열린 핸드백 앞으로 여자가 앉아 있고 그 앞에 남자가 앉아 도시의 먼 지평선 그 너머 어딘가를 하염없이 응시하며 미동 없이 벤치에 앉아 있다. 벌써 9월이야, 여자가 혼잣말하듯 대사가 공허하다. 

   영화의 본장면은 어떠 어떠한 남자를 봤다, 여자를 봤다… 이런 식의 내레이션이 스토리를 이어 가면서, 지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삶의 축약된 단면을 제시하듯 토막친 장면들이 이어진다. 

  정물과도 같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간혹 끼워 넣은 역사적 장면들, 히틀러가 지하 벙커에서 불안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참전하기 위해 행진하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독재자와, 전쟁을 통해 내재된 공포와 불안을 보여준다. 

  그리고 계속되는 일상의 지루함, 정물화된 사람과 풍경들, 새로운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늘 그게 그거 같은 현실이 반복된다.      

  마지막 장면, 들판을 뚫고 달려온 자동차가 화면 앞에 멈춘다. 운전자가 내려 본네트를 열고, 들여다 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고장난 자동차와도 같은 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그런 것일 뿐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어떠한 감정도 없고, 표정도 없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장면들을 반복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2층 높이에서 사람들을 보여준다. 천사가 축복을 이 지상에 내리듯 평화롭게 내려다 본다. 관객은 행복과 평화를 지상에서 발견할 수없다. 그것은 저들, 이 곳을 내려다 보는 부부의 무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느낀다. 

  우리의 삶도 결국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모르는 것, 그저 흐르는대로 함께 흘러갈 뿐, 다른 뜻은 없었던 것이 더 좋은, 우리들의 삶이다.    


  '무서운아해, 무서워하는아해, 십삼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여도, 길은막달은골목이어도, 뚤린골목이어도, 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야'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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